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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담 쌓은 세대] '크리(상황이 악화됨)', '병맛(어이없음)'… 입만 열면 인터넷 은어

2010/11/02 03:01:01

내용에 대해선 "공룡이 나오고…"라고까지 말한 뒤 2~3분가량 가만히 있었다. 머릿속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적당한 문장을 찾아내지 못했는지 "공룡이 나오고 그냥 그게 끝이에요"라고만 했다. 무슨 질문을 하든 답변은 단답형으로 끝났고, 무언가를 조리 있게 말로 설명하는 데 애를 먹는 듯했다.

활자를 멀리한 결과 논리적인 생각과 표현이 서툴러진 학생들이 자기들끼리만의 언어 세계에 빠져들면서 기성세대와의 높은 '언어의 담벼락'이 만들어지고 있다. '쩔다'(대단하다) '현시창'(현실은 시궁창) '시망'(시원하게 망했다) 같은 인터넷 은어로 의사소통을 해 부모·교사와 단절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교총이 내놓은 설문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병맛'(어이없음·'병신같은 말') '레알'(정말) '담탱이'(담임교사) '열폭'(열등감 폭발)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청소년 은어·비속어 10개의 의미를 유·초·중·고교 교원 455명에 물었더니 5개 이상 맞힌 사람이 44%에 그쳤다. 66.1%는 학생들 대화의 반 이상이 비속어·은어·욕설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의 언어가 망가진 원인으로는 인터넷(49.2%)과 방송·영화(34.2%)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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