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고무바닥이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하다고 할 수도 없다. 지난 8월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환경보건법이 시행된 지난해 이전에 지어진 대상 놀이터 117개소 중 13개소(11%)의 합성수지 고무바닥재에서 납·6가크롬 등 몸에 해로운 물질이 검출됐다.
학부모들은 ‘그래도 모래보다 고무 쪽이 낫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놀이터에서 만난 학부모 정현윤 씨(35세)는 “어떤 물질이 섞여 있을지 몰라 불안한 모랫바닥 놀이터보다 고무매트가 깔린 놀이터가 안전 면에선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설 좋아도 나쁜 어른 만날까 불안해요"
놀이터 시설 개선과 관계없이 ‘내 아이는 놀이터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도 있다. 공부에 방해될 것을 염려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치안(治安·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보전함)이다. 엄마 아빠가 모두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가정의 걱정은 더 크다. 최근 김수철 사건 등 어린이를 상대로 한 흉악 범죄가 늘고 있는 것도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
실제로 놀이터는 각종 범죄에 취약한 장소다. 특히 해가 진 후의 놀이터는 놀이기구 등 숨을 곳이 많아 으슥한 장소로 변한다. 자연히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7년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혜진·예슬 양 사건도 시작은 집 근처 놀이터에서 놀던 두 소녀의 실종이었다. 놀이터 범죄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도 부산에서 윤모 씨(81세)가 동네 놀이터에서 이웃에 살던 6세 어린이를 두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학부모 박정숙 씨(37세·서울 노원구)는 “아이들이 치안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집 주변에 있다면 안심하고 내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 짓는 것보다 잘 관리하는 게 중요"
전문가들은 “놀이터를 만들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만들어진 놀이터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주영 한국생활안전연합 정책개발과 부장(어린이 놀이터 담당)은 “바닥이 모래냐 고무냐 따지기보다 얼마나 자주, 잘 관리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고무매트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시지만 그네를 타던 어린이가 고무 매트 위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도 있었어요. 1차적으론 어린이놀이시설관리법을 지키는 것, 이후 자체적으로 꾸준히 점검과 모니터링 작업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장은 “해외에선 놀이터 관리자가 지켜야 할 사항이 매뉴얼로 잘 정리돼 있다”며 “우리도 놀이터마다 관리자를 한 명씩 배치하고 정기적으로 관리자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놀이터 안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김승룡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 계장은 “놀이터 CCTV의 범죄 예방 효과가 뛰어나지만 실제 설치된 곳은 많지 않다”며 “현재 이를 법으로 정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놀이터 안전 이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