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전자칠판 캐릭터와 대화… 훨씬 재밌어요"

2010/10/01 03:08:41

◆"종이 없는 미래교실 수업" 성큼

초·중학교 영어수업이 진화하고 있다. 3년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영어전용교실의 덕택이다. 영어수업을 위한 교실로 예전의 어학실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해 전자칠판과 검색용PC 등 다양한 IT(정보통신기술) 기기를 갖췄다. 영어전용교실은 현재 전국 초등학교에 3100여개, 중·고교엔 3900여개가 설치돼 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영어전용교실. 책상 위에 교과서가 펴져 있지만 학생들은 전자칠판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전자칠판 안에 교과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것만 보고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어서다. 조연우(8)군은 "책보다 전자칠판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교과서 수업을 하던 교사가 갑자기 전자칠판 화면을 몇 차례 두드리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영어 노래와 더불어 애니메이션이 나오자 학생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영어전용교실은 한때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영어마을의 축소판을 학교로 들였다고 봐도 된다. 윤호상 서울시교육청 영어교육활성화추진담당 장학관은 "영어전용교실의 장점은 영어마을에 비해 보다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고 효과도 지속적이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이대영 대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중학생 400명에게 아이패드를 나눠주고 '종이 교과서 없는 수업' 실험을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의 영어전용교실은 이 정도는 아니지만 '미래 교실'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자칠판 그 자체로 휴대성을 제외한 아이패드의 웬만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양초교는 영어전용교실을 정규수업뿐 아니라 방과후 수업에도 활용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저소득층이 많은 이 지역에는 영어학원이 드문 데다 부모들도 학원에 자녀를 보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학교가 영어전용교실을 학부모와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도 개방하자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 학교 김태수 교장은 "학부모들이 전자칠판을 무척 신기해한다"며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