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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는 인터뷰] '어린이 만화가' 김수현 양

2010/09/27 22:53:55

△엄마 권유로 만화일기 쓰며 실력 ‘쑥쑥’

“일기를 만화로 써보는 건 어떨까?” 2년 전 어느 날, 엄마가 수현이에게 이런 제안을 하셨어. 일기 쓰는 걸 너무 지루해하는 딸을 보다못해 하신 말씀이었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신 거야. 역시 딸을 제일 잘 아는 건 엄마인가 봐.

그날부터 수현이는 일기 쓰는 시간을 즐기게 됐어. 아니, 일상에서 있었던 일을 무조건 만화로 남기게 됐다는 표현이 맞을 거야. 놀이공원에 다녀온 날도,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을 본 날도, TV에서 재미있는 드라마를 본 날도 글 대신 여러 컷의 만화로 일기를 썼거든. 그 습관은 지금도 여전해. 물론 만화의 짜임새와 그림은 훨씬 나아졌지만 말야.

△또래보다 월등한 실력으로 손해 보기도

엄마가 수현이에게 ‘만화일기’를 권유한 덴 다 이유가 있어. 어릴 때부터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또 잘 그리는 아이였거든. 다섯 살 때 이미 돼지 뒷모습이나 사람 옆모습을 그럴 듯하게 그려낼 정도였으니 알 만하지? 요즘도 엄마는 당시 일을 떠올리며 감탄하곤 하셔.

뛰어난 그림 실력 때문에 손해를 본 적도 있어. 수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줄곧 교내 그림대회는 모조리 휩쓸었거든. 하지만 외부 대회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 그림대회 응모작은 우편으로 접수하는 경우가 많잖아. 수현이의 평소 실력을 잘 아는 학교 선생님들은 기꺼이 상을 줬지만 외부 심사위원들은 믿질 못한 거야. 나이에 비해 그림이 너무 뛰어나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래서 지난해 만화공모전에 작품을 접수할 때, 엄마는 수현이의 만화일기를 첨부했어. 딸이 또 의심을 받을까 봐 걱정하신 거지. 그 덕분인지 수현이는 지난해 저학년부 금상을, 올해 고학년부 금상을 각각 수상했어. 특히 올해 심사를 맡은 ‘빅뱅스쿨’의 작가 홍승우 씨는 “초등학생 작품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림체가 탄탄하고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구성이 인상적”이라고 칭찬했어.

△“만화 잘 그리려 일반 책 많이 읽어요”

그림 실력이 좋다고 해서 다 만화를 그릴 수 있는 건 아냐. 스토리가 단단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그림이 빼어나도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없는 법이지. 하지만 수현이는 이 부분에서도 거뜬히 ‘합격점’을 받았어. ‘이야기 구성이 인상적’이란 홍승우 작가의 심사평만 봐도 알 수 있지? 비결은 바로 독서야. 수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는 하루에도 수십 권씩 딸에게 책을 읽어줬거든. 한글을 깨친 후부턴 수현이 혼자서도 많은 책을 읽었어.

요즘도 수현이는 누구나 알아주는 책벌레야. 엄마가 책 사준다는 얘기만 하면 뭐든 열심일 정도로 말야. 또 만화를 제일 좋아하긴 하지만 더 많이 읽는 책은 만화책이 아닌 일반 책이야. 상상력을 기르는 덴 일반 책이 더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거든. 책을 읽을 땐 항상 ‘나라면 등장인물을 어떻게 그릴까?’ 생각해. 다 읽은 후엔 꼭 자신만의 만화로 다시 표현해보곤 하지. 요즘엔 해리포터 시리즈를 ‘김수현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한 만화를 그리고 있어. 수현이는 물론 친구들도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작품이래.
 
△자동차 디자이너를 이긴 만화가의 꿈

수현이의 원래 꿈은 산업 디자이너였어. 특히 자동차를 좋아해 자동차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했지. 하지만 요즘은 만화가 쪽으로 조금씩 맘이 옮겨가고 있어. 늦은 밤이나 시험기간에도 만화를 몇 컷 그려야 잠이 오는 것, 독학이지만 정식으로 만화 공부에 뛰어든 것도 다 그 때문이야.

수현이는 욕심이 많아. 판타지·역사물·명랑만화·시사만화. 장르를 따지지 않고 모든 분야의 만화를 다 그려내고 싶거든. 수현이의 욕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의 웃음과 감동도 커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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