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시작한 한국주례전문인협회의 전문 교육에는 지금까지 1000여명의 은퇴자가 거쳐 갔다. 전문 교육은 행사·의전에 관한 예절과 올바른 인사법, 현대 혼례 이론·절차, 주례 실습 등을 가르친다. 교육을 받고 시험에서 70점 이상 점수를 받으면 협회에서 발급하는 '혼례지도(주례)사' 자격증을 받는다. 자격증에 등급도 있다. 2급 '명인(名人)' 자격증을 취득하고 연간 40회 이상 주례를 하면 시험을 거쳐 1급 '달인(達人)' 자격증을 받는다.
은퇴자들이 주례 교육에 몰리는 것은 최근 들어 전문 주례인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태환 사무총장은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90% 이상 전문 주례인이 주례를 본다"면서 "
서울의 경우 봄·가을철 성수기엔 전문 주례인들이 하는 주례가 1주에 1400건 이상이나 된다"고 했다. 그는 "전문 주례인들은 신랑·신부 요구사항을 미리 파악해서 알찬 내용으로 주례를 한다"면서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 개인적으로 주례를 모시는 것이 힘들어 전문 주례인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교장, 대학교수, 외교관, 언론인, 기업가 등 전문 주례인들의 경력도 다양하다. 협회에 따르면 과거에는 교장 출신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나 요즘은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외교관이나 신뢰감을 주는 언론인 출신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전문 주례인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한 주에 7~8번 주례를 서면서 한 달에 100만원을 버는 전문 주례인이 있는가 하면 한 달에 주례 2~3번 서는 사람도 있다. 젊어 보이기 위해 가발 쓰고 염색도 하고, 빨간 넥타이를 매기도 한다.
언론인 출신 전길완(63)씨는 "매일 TV와 신문을 보면서 신세대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전직 목사인 임성송(65)씨는 "좋은 문구를 주례사에 넣기 위해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매일 읽는다"면서 "주자가례(朱子家禮)도 구해서 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