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5 03:06:13
장 교사는 수업 내내 '여섯 색깔 모자와 카드'를 사용했다. 사실만을 얘기할 땐 흰색, 느낌과 의견을 말할 땐 빨간색, 아이디어나 새로운 문제해결법을 얘기할 땐 초록색 카드를 사용하는 식이다. 30명의 어린이들은 한 학기 동안 해왔던 방식에 이미 익숙한 듯 색깔별로 척척 이야기를 풀었다.
선생님이 빨간색 모자를 쓰고 빨간색 카드를 들자 아이들은 "아무 죄 없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불쌍해요" "부모님이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그 아이들이 제때 교육조차 받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아요" 등의 의견을 발표했다. 초록색 카드엔 문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일본처럼 상급학교 진학을 가능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정원이가 말하자 우림이가 "불법체류자라도 부모가 범죄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해줘야 해요" 하고 덧붙였다. 승헌이가 "돈을 주면 학교를 갈 수 있도록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동재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법을 조금만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때 장세라 교사는 두번째 기사 '불법체류 외국인 자녀도 중학교 입학 가능해져'(조선일보 8월 18일자 A14면)를 보여줬다.
"그렇죠! 그래서 불과 3개월 만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법제처에서 준비하고 있대요. 여론이 법률을 바꾸게 한 거예요."
사실, 이 수업의 목표는 6학년 2학기 사회과 교과서에 나오는 '국민의 정치 참여' 단원을 배우는 것이다. 장 교사는 '다문화 가정'이란 주제의 동영상과 신문 기사를 동원해 학생들에게 '여론이 법률화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가르쳤다. 선생님은 법제처 사이트에 떠 있는 실제 입법예고된 법률안도 보여주며 "국회의원 아저씨들이 만드는 법률안도 알고 보면 이렇게 쉬워요"라며 "다음 시간엔 함께 법률안을 만들어 법제처에 올려볼까요?" 하고 말했다.
'법제처' '입법예고' '법률안'이라는 단어에도 13살 어린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40분의 수업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오히려 "규제를 너무 풀면 불법체류자 수가 많아져서 범죄율도 높아질 거예요" 하는 반론도 제기돼, 다음 국어 시간엔 이 문제를 토론하기로 약속해야 했다.
장 교사는 "신문을 활용하면 어떤 수업도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제 신문 없이 수업하는 것은 상상 못해요"라고 설명했다. 글 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쓰라고 하면 "뭘 써요" 하던 아이들도, 신문에 난 아이들의 관심사를 자극해 쉽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수업의 마지막은 '아홉 문장 쓰기'로 마무리됐다. 흰 카드로 얘기한 핵심 사실 3문장, 빨간 카드로 얘기한 느낌 3문장, 초록색 카드로 얘기한 문제 해결책 3문장을 엮는 것이다. 문장을 이으면 자연스럽게 한 편의 주장글이 됐다. 30명의 학생 모두 8분 동안 10줄도 넘는 글을 써내리고, 제목도 붙였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도 꿈 키울 수 있는 나라로'(명성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길'(조주연), '다문화 가정이라는 생각으로 차별하지 말자'(배현민),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박미연)…. 신문의 '독자투고' 글로도 손색이 없었다.
●장세라 교사가 활용한 '여섯생각카드' 따라하기
하양은 객관적 사실 말할 때 사용해보자
자신만의 생각이나 느낌 말할 땐 빨강으로
서울 갈현초등학교 6학년 14반 담임인 장세라 교사는 '여섯생각 카드'를 만들어 학년 초부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6가지로 정해 지도해오고 있다. 장 교사는 "의도적으로 한 번에 한 유형의 생각만을 유도하는 것으로, 일상적 사고의 틀과는 달리 감정과 논리를 분리시키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각각 다른 6가지의 색지를 나눠주고, 발표할 때 항상 카드를 이용하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