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에 구구단도 못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부모가 참가하는 공개수업을 할 때 4~5번을 깨워도 자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쉽게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예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거죠. 초등학교 때부터 실력을 쌓아오지 못한 학생들입니다. 학력이 떨어지면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한 번에 최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20분 정도입니다. 그래서 20분마다 수업방식을 바꿔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아이들이 힘들어서 잡니다. 강의식으로 수업하다가 작문 실습을 하고, 나머지 20분은 교재를 바꿔서 한다든지 노력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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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중시하는 입시제도 필요해―입학사정관제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학생이 성장하는 모습을 교사가 학교에서 쭉 지켜보면서 앞으로 가진 잠재성에 대해서도 써줄 수가 있거든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풍토를 마련할 수 있고 그래야 공교육과 교권(敎權)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은 수학능력시험 점수만 잘 받으면 유리한데, 그건 학생이 성장한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는 방법입니다. 아이들의 최고 목표가 대학입시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대학을 잘 가려면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교사들도 충실하게 수업을 이끌 수 있습니다.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바뀌는 일관성 없는 입시제도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학교가 학원보다 학생들 입시에 대한 준비가 약하다고 하는데, 학원은 학교에서 가르쳐 기초를 다져놓은 학생을 마지막에 족집게로 가르쳐 대학 보내고 열매만 따 먹습니다. 마치 입시가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사회 분위기가 흘러가면서 교사들의 숨은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요즘에는 박지성 선수처럼 축구만 잘해도 성공하는 세상이 됐는데 학교는 계속 공부만 하라고 몰아갑니다. 다양한 아이들의 욕구를 수용해줄 수 있는 시설과 교육과정이 없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평준화가 모든 학교에 똑같은 교육을 강요해서 공교육이 침체했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평준화 안에서도 학교 재량권을 늘려주고 교사 증원, 학교 시설 현대화 등만 뒷받침되면 지금보다 나은 공교육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무상급식한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학교 도서관을 짓거나 시설투자에 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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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이 공문 확인―제가 10년 전에 처리한 공문의 양과 최근 처리한 양을 비교해 보니 3~4배는 늘었습니다. 얼마 전 교육청에서 3년 전 자료를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내용도 이미 1~2년 전에 찾아서 한번 보고했던 내용입니다. 교육청이 창고에 들어가 있는 걸 찾기 싫으니까 교사들에게 공문 한장 달랑 보내서 처리하는 겁니다. 필요없는 행정업무는 줄여야 합니다.
―학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슨 공문 내려왔나' 확인하는 겁니다. 쉬는 시간에도 수시로 확인합니다. 오늘내일 중에 처리해달라는 긴급공문도 내려오거든요. 정말 바쁠 때는 내가 수업하러 학교 온 건지 공문 처리하러 학교 온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교육청이 공문을 내려 보내는 곳이 아니라 학교와 교사를 지원해주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의원들이 질의할 때마다 정신이 없습니다. 수업하고 있으면 "1시간 내로 자료를 빨리 올려 보내라"는 연락이 옵니다. 이러면 수업도 하다말고 공문처리 하러 달려가는 실정입니다. 교육청이나 구청에서도 툭하면 학교에 자료 요청을 하는데 그런 게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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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교사 수업의 질(質)'―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행정업무가 아니고 수업입니다. 아이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만드는 게 잠자는 수업에 대한 해답이고, 그 이외의 것들은 장식일 뿐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교사의 권위가 바로 수업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수업을 잘해서 학생에게 인정받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가 생활지도 할 때 학생들 반응이 달라요. 자기반성과 평가는 교사가 퇴직하기 전까지 계속 부딪히면서 가야 할 화두(話頭)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이 교단에 서는 이유가 다른 게 있을까요. 어느 선생님이 잠자는 학생을 앞에 두고 수업하면서 기분이 좋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보람차게 느끼는 수업이 될까' 노력하고 고민하는 선생님이 학교에는 더 많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만족해하는 모습에 자신감과 용기를 얻습니다. 많은 선생님이 그 행복을 느끼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