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학부모 모임… 아이와 같은 책 읽으며 토론
"삼대를 읽고 가장 중요한 장면을 그려보자. 그림만 봐도 삼대의 내용이 이렇겠구나 상상할 수 있도록 삼대의 특징을 표현해보는 거야."
민영희(국어과·독서교육) 교사의 얘기에 아이들 모두 엽서사이즈의 작은 종이에 제각기 자신이 생각하는 소설 삼대의 대표적 이미지를 그려 넣는다. 반포중 문학감상토론반 아이들의 모습이다. 민 교사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매번 그 책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서 남긴다. '독후활동=글쓰기'라는 편견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독후활동에는 글쓰기·그림그리기·토론 등 무궁무진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포중 도서관에는 곳곳에 아이들이 읽고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엽서가 곳곳에 비치돼 있어 아이들이 느끼는 책의 감상을 그때그때 살펴볼 수 있다.
수업이 열리는 뒤편으로 학부모독서모임 '반딧불' 회원들의 토론이 한창이다. 매달 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필독서나 권장도서를 읽고 아이들에게 추천도서 목록을 챙기는 등 함께 책을 읽고 도서관 도우미를 자청하는 엄마들의 모임이다. 박혜련(1학년 학부모)씨는 "독서모임을 하면서 책과 더 가까워졌다. 책에서도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나 학교 이야기 등을 접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진경(2학년 학부모)씨 역시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와 대화의 공감대가 생겼다. 아이의 시각과 엄마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도 알게 됐다. 객관성을 갖고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독서 토론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며 반딧불 모임 이후 달라진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반딧불 회원들은 독서토론 외에도 학교 필독서나 청소년 권장도서를 먼저 읽고 나뭇잎 모양의 쪽지에 책 소개와 명언, 인상적인 글귀를 적는 '아들아 이 책 한번 읽어볼래'라는 쪽지 쓰기와 독서체험록, 학부모 서평 등을 쓰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독서환경을 만들기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하는 독서의 장점은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의 판단력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균형 있게 잡는 데 있죠. 엄마는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독서하라고 하는 것 역시, 아이로 하여금 반발감만 갖게 해요. 또 고입과 대입을 위한 스펙이 아닌 다양한 배경지식, 독서의 생활화라는 점에서도 부모와 함께 하는 독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독서이력제, 독서포트폴리오 두렵지 않아요
쉬는 시간을 활용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저마다 읽던 책을 찾아 짧은 순간 책 나라로 빠져든다. 유용상(3학년)군은 "우리 학교는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평소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작가선생님들께서 학교에 찾아와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시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표도 정해주신다. 공부에 대한 자극도 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4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책에 빠진 아이들은 좀체 엉덩이를 뗄 줄 모른다. 사서교사와 반딧불 학부모들이 '수업 시작했다. 교실로 가라'며 내쫓자 그제야 아쉬운 듯 책을 내려놓고 한달음에 교실로 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