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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곡물 수출 금지··· 빵·과자값 오르고, 식탁 경제 '먹구름'

2010/08/27 09:40:40

러시아 수출금지령 발표에 세계 곡물가 ‘출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15일(이하 현지 시각) 러시아 곡물가격 급등(急騰·갑자기 올라감)을 막기 위해 곡물 수출금지령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러시아의 곡물 예상 생산량은 많아야 6500만t(톤)이다. 지난해(9700만t)보다 35%나 줄어든 수치다. 러시아는 세계 3대 곡물 수출국이다. 이번 수출금지 조치가 세계 곡물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곡물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나라는 러시아뿐만이 아니다. 밀과 보리를 많이 수출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올해 작황(作況·농작물이 잘되고 못된 상황)이 나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홍수로 농사를 망쳐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연히 세계 곡물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올 8월 현재 한 달 전보다 43%나 올랐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선 8월 5일 현재 인도산(産) 밀이 1부셸(bushel·밀의 무게 단위)당 6센트 오른 7.85달러에 거래됐다. 2008년 이후 가장 큰 가격 상승폭이다. 러시아 등지에 비 소식이 전해지며 26일 6.86달러로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옥수수 가격도 6.2% 오르며 1부셸당 4.25달러에 거래됐다. 보리와 쌀 가격 역시 급등했다.

곡식 값이 오르면 다른 상품 값도 오른다고?

2008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우리나라 국민이 소비하는 곡물 중 우리나라 농부가 키운 곡물의 비중)은 26.2%였다. 필요한 곡물의 4분의 3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농림수산품 수입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1.1% 올랐다. 올 4월(2.4%)·5월(7.3%)·6월(9%)보다도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 역시 커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커피는 한 달 전보다 9.8%, 밀은 8.5%, 옥수수는 1.1% 값이 올랐다.

곡물 가격이 오르면 밀·옥수수·보리·쌀 등 곡물을 재료로 하는 빵과 과자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밀과 옥수수는 소·돼지 등 가축의 사료로도 쓰인다. 자연히 곡물 가격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은 더 큰 타격을 받는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밀 수요량은 약 365만t인데 국내 밀 생산량은 3만5000t(약 1%)에 불과하다. 국제 거래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PC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가 상승하면 빵과 도넛 가격도 오른다”며 “국내 제과업계는 국제 곡물가격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밀 사업 부문을 점차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값이 물가 좌우 애그플레이션 공포

‘곡물 가격 상승’과 ‘(곡물 가공품인) 빵·과자 가격 상승’, 그다음은 뭘까? 일부에선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으로 2007~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식량 위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돈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물가는 올라 시민의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의 합성어. 곡물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올라 다른 물가까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곡물과 식품 등 ‘먹을거리’의 가격 상승은 시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애그플레이션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세계 식량 위기가 왔을 때, 아프리카 카메룬에선 끝없이 오르는 곡물 가격을 견디지 못한 시민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 움직임도 심상찮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0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농작물과 식품 가격 급등에 따른 서민경제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농협중앙회·농수산물유통공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회의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밀 수출 금지령을 발표했다고 해서 당장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국제 곡물가격 추이에 주목하며 가격 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수출금지 조치 등을 악용해 식량을 무기화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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