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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수능 선택과목 아니라며 엎드려 자"

2010/08/26 02:55:46

고3 교실은 '자습실'

지난주 정부의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이 발표되자 교사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수업 황폐화'였다. 지금도 학교 수업이 국·영·수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는데, 수능에서 국·영·수 비율을 더욱 높이고 사회·과학탐구 영역 비중을 줄인다면 교육이 무너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비(非) 국·영·수 담당 교사들이 말하는 현재 고3 교실은 거의 '교실 붕괴' 수준이었다. 비수능 과목이나 사회·과학탐구 과목의 수업들은 3학년이 되면 '자습화'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천 지역 고교 지리 교사 B씨는 "학교의 진학률도 높여야 하고 급박한 아이들 심정도 잘 아는데 (내 과목을 공부하길) 강요할 수 없지 않으냐"며 "교사는 자부심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아이들이 내 수업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눈감아 줄 수밖에 없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고교 한문 교사 C씨는 "수업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년 3학년 2학기에 한문 수업을 개설하겠다고 했더니, 학부모·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고 학교측도 노골적으로 말렸다. 입시 반영 비율이 높은 과목을 공부하기도 바쁜 마당에, 일부 소수 학생들만 선택하는 한문을 개설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C교사는 "모든 교육이 대입 중심으로 흐르면서 비수능 교과나 비중이 낮은 과목 교사들은 알아서 수업을 조절해 온 지 이미 오래됐다"며 "앞으로 한문이 수능 과목에서 다시 빠진다는 말도 있지만 크게 화도 안 난다"고 했다.

'교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에 대해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반박한다. 서울 지역의 고교 역사 교사 D씨는 "국·영·수 위주 교육만 하니 아이들이 기본적인 역사 용어조차 못 알아듣는다"며 "예컨대 고1이 '농번기(農繁期)'라는 말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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