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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는 '통일'이 필수 과목"

2010/08/20 03:00:00

이 학교는 1996년부터 정규수업 시간에 통일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마다 1주일에 1번 하게 돼 있는 '재량수업'을 통일교육 시간으로 활용한다. 1학년에겐 1주일에 1시간씩 통일교육을 하고, 2·3학년은 1달에 1~2번 통일특강을 한다. 이 학교는 북한의 경제적 실상을 가르치고 남북한 언어를 비교해보며 통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조 교사는 "안보교육과 대한민국 정통성 교육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가르치며 우리나라가 통일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정문 위에는 '우리는 하루 3번 통일을 생각한다'는 철제 구조물이 걸려 있다. 생활 속에서 늘 통일을 생각하자는 뜻에서 만든 것이다. 교실 문에는 '노크'와 북한말 '손기척'이 함께 적혀 있고, 학교 곳곳에 통일 4행시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학생들은 모두 통일교육 시간에 배운 것을 정리하고 자기 의견을 적는 '통일노트'를 1권씩 갖고 다닌다.

이 학교의 통일교육은 조동래(80) 이사장의 결단에서 시작됐다. 조 이사장은 1996년 영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사태로 연세대 도서관이 불탔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바로 연세대에 가본 조 이사장은 도서관 주변에서 우연히 시위에 참가했던 1학년 학생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주워 읽고 충격을 받았다. 편지는 '어머니를 못 뵌 지 20여 일이 되었군요. 아들은 식민 조국의 해방을 위해 Y대에서 가열찬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조 이사장은 "대학 신입생이 이런 글을 쓴다는 건 고등학교 통일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후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을 정규교육으로 다뤘고, 사회과 담당인 조 교사가 담당교사를 맡게 됐다. 조 교사는 "처음엔 통일교육이 힘들었지만, 열심히 배우면서 가르쳤다"고 했다. 그사이 조 교사는 북한관련 정치학 박사학위도 따고 대학 강의도 나가고 있다.

2학년생 박진선(17)양은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통일 수업이 흥미롭다"며 "내신에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박소영(17)양은 "통일교육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북한관련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통일세를 걷는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나도 낼 능력이 있으면 내고 싶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는 매달 15일 정문에서 '통일기금' 모금행사를 열고 학생들이 용돈을 아낀 돈과 동전을 모은다. 지금까지 139회 모금에서 2000여만원을 모았다. 조 교사는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통일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이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15~ 20% 더 많았다고 한다.

조 교사는 "통일교육이 딱딱하지 않도록 늘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다"며 "통일 퍼즐 맞추기, 통일 ○× 퀴즈 같은 교육을 하면 학생들도 즐거워한다"고 했다. 이날,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통일 교육'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메시지는 '통일이 된다면 우리나라 국토는 22만㎢, 인구는 7800만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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