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씨가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하게 된 것은 석현군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다. 어릴 때부터 접하게 했던 여러 분야의 책 중에서 유독 과학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체·우주·공상 과학 등 학년이 올라가면서 관심 분야도 확장됐다. 정씨는 "좋아하는 책을 자주 접하게 하는 대신 조금씩 수준을 높여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왔다. 읽고 싶은 책을 아이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도 방문했다"며 어릴 때 다방면의 책을 접하는 것이 아이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어느 날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맡은 석현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면 어떨지 물어왔어요. 이것이 첫 실험이었죠.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어보고, 퇴비를 준 식물과 주지 않은 식물로 나눠서 관찰하기로 했어요. 장장 4개월 동안 방울토마토와 고추 모종의 생장 과정을 관찰했더니, 생각했던 대로 퇴비를 준 모종에서 더 많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음을 알게 됐죠."
이후로 정씨는 석현군과 크고 작은 실험을 함께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 외에도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중 어떤 것이 더 빨리 얼까?' '소다 위에 식초를 떨어뜨렸을 때 나오는 기포는 무엇일까?' '고슴도치의 가시 위에서 달팽이가 기어다닐 수 있을까?'처럼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실험을 통해 해소했다. 실험을 진행할 때는 '엄마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라는 말로 석현군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실험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기 위해서다.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다. 그녀는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아이 스스로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로 삼았다. 엄마표 실험실을 운영하면서 아이와의 관계가 돈독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귀띔했다.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녀지만 한 가지 철칙이 있다. 모든 실험을 보고서로 남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 과학 실험에 흥미를 보이는 아이에게 보고서 작성을 강요한다면 실험을 학습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보고서를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맡길 것이 아니라 엄마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보고서 쓰는 일을 또 다른 숙제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무가 될 씨앗에 양분을 주는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 때라고 생각해요. 많은 엄마는 과학 실험을 어렵다고 여기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실험 정보를 알 수 있어요. 혹시 내 아이가 과학에 관심을 보인다면 '엄마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생각으로 부담감을 버리고 아이와 함께 실험을 계획해보세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과학 실험의 소재가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