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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애버랜드 물개쇼 주인공 찰리의 '11살 내 인생'

2010/08/04 09:40:39

초급 훈련을 마치고 기초가 탄탄해지면 중급 단계로 들어가. 박수 치기, 경례하기, 꼬리 들기 등은 공연에서 사용하는 동작들이긴 해. 하지만 사실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야. 그렇다고 쉬운 훈련은 하나도 없어. 조련사들은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해. “동물을 훈련시키는 건 꼭 리포트를 쓰는 느낌”이라고 말이야. 그 기분은 너희도 아마 알 거야. 수학 숙제를 하나 마쳤는데, 전혀 다른 사회 숙제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을 때의 기분 말이야.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드디어 고급 단계로 들어가. 3층 높이에서 다이빙하기, 공중에서 두 바퀴 돌기, 줄넘기, 원반 받기 등의 동작이지. 이 과정을 순탄하게 마치게 되면 드디어 화려한 무대에 서게 되는 거야.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음···. 물개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충 꼬박 2년이 걸린다고 보면 돼.

그런데 모든 물개가 다 똑같은 동작을 할 수 있느냐고? 에이, 설마! 너희도 모두 성격이 다르고, 잘하는 게 다르잖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어떤 친구는 체격이 크고 성격이 급한 반면, 또 어떤 친구는 참을성이 많기도 하단 말이야. 그리고 우리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조련사들은 그걸 정확히 파악하고는 제일 잘할 수 있는 동작들을 가르쳐주지. 이를테면 지능과 유연성이 뛰어나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나 같은 물개는 그림 맞히기나 볼컨트롤 같은 동작을 주로 맡아. 반면에 성격이 급하고 체격이 큰 제임스 같은 녀석은 다이빙이나 회전 같은 다이내믹한 동작 전문이지. 참을성이 많은 친구들은 주로 가만히 앉아 있는 역할을 맡아.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뭐가 어렵냐고? 에이···. 또 잊었구나? 우린 야생동물이야!

아침에 일어나서 조련사들과 만나서 밥도 먹고, 체중도 재고, 가볍게 훈련을 하면 금세 낮 12시. 첫 공연이 시작되는 시간이야. 공연은 20분 정도 걸리지. 무대 뒤로 돌아가서 쉬고 다시 공연. 물론 화려한 조명과 우레와 같은 박수, 그리고 즐거워하는 너희 표정을 보면 나도 즐거워. 하지만 가끔은 지치고 힘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야. 조련사에게 불만이 쌓여서 심술을 부리고 싶을 때도 있고. 칭찬도 잘 안 해주고, 놀아주는 시간도 줄어든다면 불만이 쌓이는 게 당연하잖아. 그럴 땐 어떻게 하느냐고? 공연에 나가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안 하는 거지 뭐. 볼이나 원반을 던져줘도 ‘나 몰라라’ 하고, 물에 풍덩 들어가서 나오지 않기도 하고···. 치사하다고? 뭐 그렇게 말해도 할 말은 없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의사 표현을 해야 하지 않겠어? 한 가지만 더 비밀을 알려주자면 우린 새로 조련사가 오면 골탕을 먹이기도 해. 일부러 지시를 거부하기도 하고, 가끔은 몸으로 위협하기도 하지. 일종의 텃세를 부리는 거지, 뭐.

그러니까 친구들아, 부탁 한 가지만 할게. 동물 공연을 보러 갔는데 실수가 자꾸 나와도 ‘저 녀석 바보 아냐?’라며 무턱대고 야유를 보내진 말아줘. 우리도 너희와 똑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아, 저 녀석이 오늘은 불만이 많구나’ 또는 ‘몸이 힘든가 보구나’ 하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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