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1시쯤 고시촌 주변은 고시생 학부모들이 끌고 온 차로 북적였다. 중·고생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문을 열어주는 부모에게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건넸다.
몸은 다 자란 성인이지만 하는 행동은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공부만 하던 중·고교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피곤한 얼굴의 한 대학생 고시생은 "고등학교 때처럼 시키는 것만 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생 고시생은 "우리는 공부만 하고 정보는 엄마가 챙긴다"면서 "어릴 적부터 '분업(分業)'이 확실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과 함께 부모가 짜 놓은 '준비된 계획'에 따라 자격증이나 취업 대비 등 '새로운 입시'에 도전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나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공부하기보다 누군가 짜 놓은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는 데 훨씬 익숙하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과 영어·음악·태권도 학원을 다녔고, 중·고교 때는 '엄마표 시간표'에 맞춰 언어·수리·외국어 학원을 드나들었다. 인강(인터넷 강의)도 엄마가 추천해준 대로 듣던 세대이다. 부모의 품에서 편안히 생활하던 10대 시절의 관성(慣性)을 20대가 됐지만 떨치지 못한 '캥거루 대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