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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죽과 봉이 김 선달(하)

2010/07/25 00:26:40

김 선달은 얼른 대답하곤 부엌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이분 죽에도 초를 쳐요. 한양의 양반님네들처럼 잔뜩 치지 말고 딱 한 방울만 쳐요.”

“한 방울이라니, 누굴 놀리나? 내 죽에도 초를 잔뜩 치라니까!”

“그럴까요? 저는 나리께서 시골 양반이라서 초 맛을 모르실 것 같아서….”

“이 사람아, 이래봬도 내가 한양의 양반들과 식성이 같단 말이야. 내가 한양에 가면 무슨 음식이든 다 잘 먹는다고.”

“아, 그러십니까? 몰라 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 선달은 미안한 척 허리를 굽실거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었습니다.

"여보, 이분의 죽에도 초를 잔뜩 쳐요. 한양의 양반네들처럼.”

“예, 알겠어요.”

부엌에 있는 아내도 웃음을 참으며 대답을 척척 했습니다. 이윽고 녹두죽이 나왔습니다. 산골 지주는 죽그릇에서 한 숟가락 떠먹고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아유, 시어.”

당연했습니다. 쉰 죽을 따뜻하게 데워 갖다 주었으니 말입니다. 이때 김 선달은 능청스럽게 말했습니다.

“한양의 양반네들과 식성이 같으시다면서요? 그런 분이 어째서 이 죽이 시다고 투덜거리십니까?”

“투덜거리긴…. 시어서 맛이 좋다는 거지."

산골 지주는 시어도 아무 소리 못하고 녹두죽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과연 녹두죽은 초 맛이군. 초를 잔뜩 쳐야 제 맛이 난단 말이야.”

산골 지주에게 쉰 죽을 먹인 김 선달은, 산골 지주가 밖으로 나가자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하하하, 통쾌해라! 저 작자를 단단히 곯려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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