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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조 선생님의 옛 그림 산책] 정선의 '인왕제색도'

2010/07/02 09:50:22

● 잘려 나간 봉우리
가장 먼저 뭐가 눈에 띄니? 그래, 맨 위쪽의 인왕산 봉우리야. 마치 철모를 뒤집어 놓은 듯 검고 둥글게 생겼어. 이 그림 속 바위는 모두 검은색이야. 그것도 먹을 한 번만 칠한 게 아니라 몇 번이나 덧칠했어. 아예 붓털을 눕혀서 빗자루로 쓸듯이 말이야. 안 그래도 무거운 바위가 더욱 무거워 보이잖아. 비장한 느낌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거야.

이상한 점이 있어. 잘 찾아봐. 그래, 봉우리 윗부분이 싹둑 잘려 나갔어. 그러니 긴장감이 더해지잖니? 원래 잘려 나간 부분에는 시가 적혀 있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그 부분을 잘랐대. 정선 자신과는 관계없는 시였거든. 원래 작품 그대로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 그림은 윗부분이 잘려나가면서 더욱 볼 만하게 변했어.

인왕산 그림은 또 하나 있어. 강희언(1710~1784년)이 그린 ‘인왕산’이야. 늦은 봄, 맞은편 산에 올라 인왕산을 바라본 장면이지. 골짜기 속에 파묻힌 집들도 아늑하고, 활짝 핀 복사꽃도 따사로워. 같은 산이라도 화가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거지. 

● 누구 집일까?
봉우리 옆 능선을 따라 성벽이 둘러쳐졌어. 군데군데 소나무도 심어 놓았지. 둘 다 대충 쓱쓱 그렸는데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 능숙한 붓놀림이야.
검은 바위 외에 흙산은 쌀알 같은 점을 찍어 표현했어. 정선이 산을 그릴 때 쓰는 독

한 방법이지. 밑에는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어. 산수화에서 먼 곳과 가까운 곳은 이렇게 안개로 구분하기도 한단다. 여기서는 실제로 비가 많이 내린 뒤 피어나는 물안개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어.

오른쪽 아래에는 울창한 나무숲이 있어. 그 사이로 기와집 한 채가 보이지? 과연 누가 사는 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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