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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 애태우는 '보육 현실'] [2] 맘 놓고 낳고 키울 수가 없다

2010/06/15 03:00:12

애 키우는 데 집중하면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대기업에 근무했던 이모(37)씨는 출산 후 2년간 아이를 키우다가 재취업을 위해 대기업 7~8군데에 이력서를 냈지만 모두 낙방했다. 이씨는 전에 다녔던 직장보다 연봉이 500만원 적은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이씨는 "집에서 놀던 아줌마를 쓰려 하는 직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임신도 순서 정하는 법원·병원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 간호사 김모(30)씨는 3년 전 출산 후 복직한 자리에서 수간호사로부터 "가능하면 순번을 정해서 임신하자"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첫째 낳고 바로 둘째를 갖고 싶었는데 눈치가 보여 2년 터울로 낳았다"고 했다. 병원에선 '임신 순번제'가 공공연하게 시행된다. 김씨는 "임신이라는 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보니 어쩌다 같은 병동에서 간호사 2명이 동시에 임신하면 둘 다 바늘방석에 앉는다"고 했다.

병원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임신 순서를 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모(30) 판사는 "강요는 아니지만 업무가 많다 보니 임신할 때는 서로 고려한다"고 했다. 김 판사는 "순서를 정해 임신하는 것도 문제지만 출산휴가를 다녀와서는 3개월간 쌓인 일을 하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며 "아이 보는 일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친정·시부모 모여 살고 주말부부 수두룩

서울 강서구에 사는 회사원 김나현(33)씨는 친정·시부모님과 10분 거리에 산다. 원래 성북구와 마포구에 거주하던 양가 부모님들이 2년 전 김씨 집 근처로 이사했다. 맞벌이하는 김씨 부부를 대신해 4살·2살 손자·손녀를 돌봐주기 위해서다. 김씨는 "친정과 시집이 집 가까이 온 뒤로는 애들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도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아이 봐줄 보육 도우미와 함께 사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김모(34)씨는 3년 전부터 조선족 보육인 아주머니와 같이 산다. 한 달 130만원을 주고 있다. 김씨는 "돈도 부담되고 같이 사는 것도 불편하지만 부부가 모두 퇴근이 늦으니 할 수 없다"며 "아이를 늦게까지 봐주는 보육시설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육아 문제 때문에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회사원 이모(34)씨는 현재 32개월 된 아이와 함께 친정에 들어가 살고 있다. 남편은 평일에는 집에서 혼자 산다. 남편은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친정에 들러 애를 보고 저녁을 먹은 뒤 혼자 집에 간다.

재단법인 한국보육진흥원 박숙자 원장은 "24시간 아이를 봐주는 보육시설이나 직장 보육시설을 늘릴 필요가 있지만 양육부모들에게 근로시간을 줄여주거나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일도 하고 애도 키울 수 있도록 하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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