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학교, 사교육 이길 수 있다] 학원 뺨치는 '족집게 배치표'에 대학도 놀랐다

2009/11/21 02:45:12

나누니 커지더라

광주광역시 47개 고교들은 거의 모든 진학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공유하고 있다. 매년 6월과 9월 치러지는 모의고사 성적뿐 아니라 학생부·수능 성적까지 한데 모아 진학 자료로 활용한다.

이 방대한 작업은 교육청이 아니라 진학부장협의회 차원에서 이뤄진다. 협의회는 각 학교에서 자료를 보내오면 이를 모아 직접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뒤 통계 자료를 다시 일선 학교에 보내준다.

진학부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박연종 교사(송원고)는 "7~8년 전부터 교사들 스스로 '더 많은 정보를 모아야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 수 있고, 정확한 입시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시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낀 교사들이 스스로 '살 길'을 마련한 것이다.

처음엔 학교 정보가 외부 유출되거나 입시 외 다른 수단으로 이용될까 걱정해 참여를 꺼리던 학교도 많았다. 그러나 점점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학교들이 늘어 작년에는 처음으로 전체 고교가 참여했다.

올해 수능 가채점 분석작업에 참여한 고경민 교사(정광고)는 "우리가 직접 정확한 데이터를 모아 만든 자료를 가지고 진학 지도를 하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학생들도 믿고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매년 전체 학교의 진학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광주 전체의 서울대 수시 합격자는 2006학년도 51명에서 2007학년도 61명, 2008학년도 82명, 2009학년도 100명으로 계속 상승세다. 박연종 교사는 "(광주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아) 대학 쪽에서 깜짝 놀라 비결을 물어올 정도"라고 했다.

서울 학원을 찾아가 노하우 배우다

광주의 고3 진학 담당 교사들은 "우리가 입시 전문가"라고 자신한다. 이런 자신감을 갖기까지는 많은 노력들이 필요했다.

협의회에서 각종 자료 분석을 이끌고 있는 한철민 교사(숭덕고)는 15년 전 진학 지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서울의 유명 입시학원 관계자를 찾았다. 한 교사는 "아이들의 진로를 학교에서 책임져야지 더 이상 사설학원에 맡길 수 없다는 생각에 1년에 5~6차례씩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배웠다"고 했다.

이들 고3 교사들은 지금도 매년 수 차례씩 서울지역 대학과 학원가를 돌며 '정보 사냥'에 나선다. 전국적인 입시 경향과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학생과의 상담도 심도 있게 이뤄진다. 대부분 학교들이 밤 10~11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해 교사와 접촉할 시간이 많다. 장훈상 교사(문성고)는 "광주지역은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교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며 "평소 학생들의 적성과 원하는 진로를 파악하기 위해 꾸준히 상담한다"고 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