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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사교육 이길 수 있다] 강의 동영상 인터넷 올려… 스타 강사들에 도전장

2010/01/08 03:45:14

"키 180㎝ 넘는 사람 손들어 봐. 한 명? 나머지는 선생님까지 다 '루저'네." 학생들 웃음이 터지자 그는 "만약 이 사람들을 '루저'라고 우기면서 선거권을 키 큰 사람한테만 준다면? 안 되겠지? 여러분이나 김태희나 표는 똑같이 한 표야. 이게 바로 절대적 평등이지."

학생들 반응은 폭발적이다. "선생님이 수능 기출문제를 완벽하게 분석해 주세요. 웬만한 인강(인터넷 강의)보다도 나아요."(2학년 김아라양) "유명 학원 다 필요 없어요. 강의노트를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장치)에 담아서 보고 있죠."(2학년 서영지양) 작년 11월 학업성취도 평가에선 이 학교 학생들의 54%가 정치 과목 1·2등급을 받았다.

류 교사가 인터넷 스타강사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작년 7월부터였다. 그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으로 진행한 한국근현대사 과목의 41개 강좌 전체를 녹화해 인터넷 카페 '아이 러브 완사탐'(http://cafe.naver.com/ilovewansatam)에 올렸다.

전국 어느 학교 학생이라도 무료로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필기를 잘해 놓은 학생의 노트를 PDF 파일로 만들어 공개했고, 질문방과 자료실도 개설해 놓았다. 입소문이 퍼져 카페 회원 수는 5개월 만에 750명을 넘어섰다.

그는 서울시립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부터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학생들이 한 강좌에 10만원 넘게 돈을 내며 인터넷 강의를 들은 뒤 그 내용을 자신에게 물어보러 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교사는 정체되는 순간 생명이 끝나는 것"이라는 한 친구의 말도 절실히 다가왔다. 그때부터 잠을 줄여 가며 다시 전공서적을 읽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유명 인터넷 강의를 직접 수강하며 자신만의 교수법을 개발했다. 누군가 "교사가 창피하게 인터넷 강의를 듣느냐"고 하자 그는 "정말 창피한 것은 내 제자가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 일"이라고 대꾸했다.

왜 아무 대가 없이 강의를 모두 공개했을까? 류 교사는 "솔직히 사교육을 이겨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공개를 시작한 뒤로 수업 준비의 질이 2배 이상 높아졌다는 걸 스스로 깨닫기도 했다.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전국의 꿈나무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사회문화, 국사, 경제 등 방학 때마다 한 과목씩 전체 강좌의 동영상을 찍어 올릴 계획이다.

※'학교, 사교육 이길 수 있다' 제보는 이메일 http://www.school@chosun.com, 전화 (02)724-5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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