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능수능란하게 해고 사실을 통보한다. "당신은 오늘부터 더 이상 회사에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분노를 터트리는 사람부터 자괴감에 시달리는 사람까지 천차만별이다. 라이언 빙햄은 그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위로하지만, 그것은 베테랑 해고 전문가로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일 뿐 진심을 담아 전하는 위로는 아니다. 그는 빨리 통보를 끝내고 말썽을 최소화하고 나서 늦은 저녁 편안하게 호텔 바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싶어 한다. 다음날은 또 다른 도시에서 새로운 해고 통보 업무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감정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
'인 디 에어'는 이처럼 '쿨'한 삶을 사는 라이언 빙햄 앞에 두 명의 여자를 등장시킨다. 당돌한 신참내기 나탈리(안나 켄드릭)와 호텔 라운지에서 만난 매혹적인 여성 알렉스(베라 파미가). 그녀들의 '쿨' 지수는 라이언 빙햄을 훨씬 뛰어넘는다. 쿨한 것이라면 어디서도 뒤지지 않는 라이언 빙햄은 두 여성을 만난 뒤부터 '쿨하다'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다. '쿨한 것'은 과연 삶의 보편적인 미덕이 될 수 있을까.
먼저 라이언 빙햄에게 일적으로 쿨한 것의 함정을 알려주는 이는 나탈리다. 해고 전문가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몇 차례 출장을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잔꾀가 나기 시작했다. 해고 통보를 꼭 만나서 해야 할까? 껄끄러운 이야기를 직접 만나서 하기보다 온라인으로 하면 더 깔끔하지 않을까? 그녀는 온라인 해고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장을 꼬드긴다. 출장을 가는 대신 화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면, 회사 경비도 대폭 절약되고 일도 훨씬 편해질 거라고 주장한다.
온라인 해고 통보 시스템 시연회에 참석한 라이언 빙햄은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다. 평소 능수능란한 일 처리에만 관심을 가질 뿐 해고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라이언 빙햄은 처음으로 해고당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린다. 온라인으로 해고 소식을 접했을 때 그들이 갖게 될 상실과 좌절 같은 것들. 원래는 비행기 마일리지 적립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과 비행기에서의 안락한 삶을 빼앗기는 게 싫어서 시작한 반론이었지만, 나탈리에게 이의를 제기할수록 인생의 본질에 대한 회의가 점점 짙어진다. 그들이 진짜 인생의 낙오자인지, 겉만 번드르르한 자신이 진짜 낙오자인지 알 길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보다 더 쿨한 연애관을 가진 여자가 다가온다. 호텔 바에서 만난 알렉스는 그보다 비행기 마일리지 적립에 더 열을 올리고, 구차하게 감정을 얻고자 치근덕거리지 않는 깔끔한 연애관을 가졌다. 여행에 능숙한 두 사람은 미국 전역을 오가다가 가끔 낯선 도시에서 만나 사랑을 속삭일 뿐이다. 관계의 유지는 즐겁지만, 발전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자 남자의 마음이 점점 애달파진다. 평소 '빈 배낭'이라는 제목의 강연회에서 관계의 중압감을 내려놓으라고 큰소리를 뻥뻥 쳤지만, 관계를 내려놓은 자신이 행복한지 자신하기 어렵다. 알렉스와의 관계를 점점 발전시키고 싶어진다.
'인 디 에어'의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은 원제(up in the air: 아직 정해지지 않은, 모든 게 불확실한)에 충실하게 라이언 빙햄의 인생을 끝까지 안개에 둘러싸인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그는 결국 빈 배낭에 아무 관계도 담지 못한다. 감독은 이처럼 허탈한 장면을 보여주고 나서 짓궂게 묻는다. "쿨한 게 아직도 멋있어 보이나요?"
쿨한 것은 가끔 멋있어 보이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멋있게 '사는' 것이다. 멋지게 사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영화는 그 답을 찾아 헤매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속삭인다.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