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한 장’이 만드는 혁명
‘디자인 강국’ 영국을 만든 창의성 교육 비법은 평범한 중학교 교실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교실에서 창의성 교육을 위해 쓰는 도구는 평범했다. 프랑스 표현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그림인 ‘나와 마을’. 이 그림은 샤갈의 그림 중 가장 상징적 작품의 하나로, 고향마을에 대한 추억과 같은 어렴풋한 이미지를 원·삼각형 등 기하학적인 구성을 통해 표현했다. 20세기 초에 그려진 이 그림 한 장을 놓고, 21세기 영국의 교실에선 한계 없는 상상력이 마음껏 숨을 쉬고 있다.
영국 런던 남부의 프라이어리(Priory) 중학교 1학년 국어 수업 시간. 학생들 책상 위엔 두꺼운 교과서 대신 하얀 백지가 놓여 있다. 과목 담당 교사인 로레인 맥허티는 학생들에게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눔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은 소설 한 편씩 써보라”고 주문했다. 교사에게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전적으로 ‘나를 놀라게 하는’ 순서로 점수를 줄 생각”이라며 웃었다. 이 그림은 이번 학기의 테마로 정해져, 무려 7개의 수업 시간에 사용되고 있다. 수학 시간엔 도형의 닮음과 비례를 이용해 그림을 ‘확대’하고, 역사 시간엔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인 1차 세계 대전 직전 상황에 대해 배운다. 미술 시간엔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 뒤에 펼쳐진 세상을 그리고, 가사 시간엔 이 마을 사람들이 축제 때 먹을 음식상을 디자인한다. 연극 시간엔 이 그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연극으로 만들고, 음악 시간엔 팀을 이뤄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곡을 한다. 도나 그리핀(Griffin) 교과개발팀장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평범한 교실은 이와 같은 ‘기발한 혁신’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