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래보다 두 배 정도 덩치가 큰 소년, 마이클 오어(퀸튼 아론)는 동네에서 '빅 마이크'로 불린다. 그는 아직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 아이지만 머물 곳도, 다닐 학교도 변변치 않다. 어느 날 백인이 다니는 학교 농구장에서 노는 마이클을 본 코치는 그를 이 학교에 전학시키고자 한다. 그런데 그 일이 또 만만치 않다. 학교의 다른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빈민가 흑인 소년이라는 이유로 빅 마이크의 전학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다. 어렵사리 마이클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이제까지 학교에서 제대로 배운 것이 없는 마이클은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없다. 게다가 마이클에게는 잘 만한 곳도 없다. 매일 밤거리를 전전하던 마이클은 우연히 같은 학교 학부모인 리 앤(샌드라 블록)의 눈에 띈다. 리 앤은 덩치만 컸지, 아직 아이에 불과한 마이클을 외면하지 못하고 집으로 초대해 하룻밤 머물게 한다.
리 앤은 소년을 일 층 소파에서 자게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혹시나 물건을 훔쳐 달아나지는 않았을까 두려워한다. 이 장면은 여주인공 리 앤의 지나친 우려라기보다는 대부분의 백인 중산층이 가진 흑인에 대한 시선을 대변한다. 백인에게 흑인 빈민 소년이란 그저 도둑 아니면 예비 범죄자 정도로 취급되니 말이다. 그러나 리 앤의 걱정을 깨고, 마이클은 자신이 덮고 잔 이불을 곱게 개어놓고 조용히 집을 나서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리 앤은 큰 각오를 한다. 그녀와 남편은 미국 전역에 걸친 식당 체인점을 가진 부자이다. 그들이 마이클을 도와주지 못할 이유는 심리적·문화적인 부분 말고는 없다. 리 앤 부부는 마이클에게 필요한 경제적·물리적 지원을 해주기로 결심한다.
리 앤은 마이클의 법적 보호자가 되기를 자청한다. 마이클은 리 앤의 배려 덕분에 미식축구 선수로서의 재능을 발견한다. 리 앤은 그의 후견인이 돼 훌륭한 선수가 되도록 도와준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우리 주변에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그 사람들을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윤리적 메시지이며, 한편 현대사회의 고위층이라고 할 수 있을 부자들에게 권유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빈민가를 맴돌다 범죄자가 됐을지도 모를 소년이 어엿한 성인으로, 게다가 미국의 간판급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한다. 물론 이런 일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기적적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더 볼만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힘들지만 해야 할 일, 어렵지만 하면 더 좋은 일의 개념으로 '블라인드 사이드'는 조용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장한다. 경제적 고위층의 진정한 도덕적 의무는 바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잘 보는 것'이라는 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