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8 23:39:48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귀신도 따라오겠다니 이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신아, 넌 도대체 어떻게 생겼니? 얼굴도 보여 주지 않으면서 속만 썩이는구나.”
신막점이 푸념 조로 말하자 귀신이 낄낄거렸습니다.
“나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에요. 궁금하다면 벽에다 얼굴을 그려 보여 주지요.”
다음 날, 귀신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집에 있는 모든 벽에 흉측한 자신의 얼굴을 그려 놓았던 것입니다. 신막점 부부는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잘 보았다. 그러니 어서 그림을 지우렴.”
신막점이 중얼거리자, 귀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을 깨끗이 지웠습니다.
‘아, 정말 끔찍하구나. 저런 흉측한 귀신과 한집에서 살다니.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귀신을 없앨 방법을 찾아보자.’
이튿날, 신막점은 용하기로 소문난 무당을 찾아가, 귀신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무당이 말했습니다.
“박쥐를 끓인 물로 밥을 지어 먹이면 귀신은 그 자리에서 죽을 겁니다.”
신막점은 무당이 가르쳐 준 대로 박쥐를 잡아서 물에 끓였습니다. 그리고 그 물로 밥을 지었습니다. 그때 마침 귀신은 밖으로 놀러 나가 집에 없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귀신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막점의 아내는 얼른 밥상을 차려 마당에 놓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귀신은 배가 고파 허겁지겁 밥을 먹었습니다.
“캐액! 캑! 어흐흐, 나 죽는다!.”
귀신은 그 자리에서 죽어 버렸습니다. 그 뒤부터 신막점의 소공동 집에는 귀신의 목소리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