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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조 선생님의 옛 그림 산책] 심사정의 '하마선인도'

2010/04/16 09:54:37

●두꺼비 신선

이 그림은 어쩐지 좀 거칠지 않니? 잘 다듬지 않은 느낌이 들어. 옷 좀 봐. 마치 장난치듯 아무렇게나 먹칠해 놓았잖아. 저 정도는 나도 그리겠는데. 안 그래?

그 거친 느낌이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야. 주인공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니까. 화가 많이 난 것 같지? 아니, 주인공보다는 화가가 더 화난 것 같아. 아무 말이나 막 내뱉듯, 붓 가는 대로 막 칠했어.

혹시 분을 삭이려고 이런 그림을 그린 건 아닐까? 억지로 참기보다는 차라리 화를 내는 편이 스트레스 풀기에도 좋잖아. 이제 이 사람 정체를 밝혀야지. 정말 거지는 아닐 테니.

이 그림은 ‘하마선인도(蝦磨仙人圖)’야. ‘웬 하마냐고? 두꺼비를 한자로 ‘하마(蝦磨)’라고 해. 그럼 발이 셋 달린 동물은 두꺼비겠네. 그럼 ‘선인(仙人)’은 무슨 뜻일까? 바로 ‘신선’이라는 뜻이야. 그렇다면 이 작품 제목은 ‘두꺼비 신선’이 되는 거지.

그림 속 남자의 이름은 ‘유해’야. 유해는 10세기경 중국에 살았던 신선인데, 이 두꺼비 덕분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대. 두꺼비는 유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데려다 주었거든. 그런데 녀석이 가끔 말썽을 피웠나 봐. 자꾸만 옛날에 살던 우물가로 도망치곤 했다니까. 그때마다 유해는 다섯 개의 갈고리(또는 엽전)가 달린 끈으로 두꺼비를 건져 올렸어. 그림에서 손에 든 게 바로 그거야.

유해는 당연히 화가 났겠지. 두꺼비한테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니까. 지금 막 큰 소리로 꾸짖고 있어. “너 자꾸 이럴래? 다음에 또 이러면 재미없다!”

두꺼비 모습 좀 봐. 재미있지? 한 발로 땅을 짚고서 두 발로 무어라 변명하는 것 같잖아.

유해가 나오는 또 다른 그림이 있어. 이정(1578~1607년)의 ‘두꺼비를 탄 신선’이야. 아까 이 두꺼비는 어디든 데려다 준다고 했지? 지금 유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중이야. 입에서 무얼 막 내뿜고 있어. 그런데 재미나게도 유해와 두꺼비의 얼굴이 서로 비슷해.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닮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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