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8 03:45:36
"시장 선점 효과 아닐까요? 저는 의학 지식을 상담하듯 구어체로 썼어요. 당시로서는 새로운 접근이었죠. 지금도 저녁 7시에 퇴근해 어떨 때는 밤을 새우면서 고쳐 씁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부모들 고민도 듣고요. 사이트 운영에만 1년에 5000만원 들어갑니다. 독자들은 냉정하잖아요. 10년 들인 공을 알아봐 주는가 봐요."
그에게도 육아는 공포였다. 같은 소아과 의사인 부인과 함께 30대에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매일 밥 먹이고 재우고 싸우느라 진이 빠졌다. 의대를 다닐 때만 해도 교육과정에 '육아'가 없었고, 의사들이 부모 대상으로 쓴 육아서도 찾기 어려웠다. 젊은 부모들은 길을 잃고 헤맸고, 그 모습을 보던 미혼 남녀들은 출산을 미루었다.
"사실 소아과의 핵심 업무는 '육아'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20~30분씩 부모에게 육아 상담을 해줘요. 의사의 코치 아래, 부모는 아이들이 생후 8개월 되기 전에 수면·식사·버릇 이 세 가지 교육을 시킵니다. 그것만 해결돼도 이후론 굉장히 쉽고 재미있거든요."
그를 찾아오는 부모 중 상당수는 직접 책을 들고 와 "왜 책에서처럼 자상하게 설명해주지 않느냐"며 불만을 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의대에서 육아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요. 3분 진료나 30분 진료나 돈은 똑같이 받는데, 의사들이 힘들여 얘기해줄 필요를 못 느끼죠. 수십 명 환자가 줄 선 유능한 의사일수록 더 그래요. 그래서 책을 썼습니다. 병원과 의사가 해결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 부모들 스스로 배워 나가라고요."
그의 목표는 '100만부 돌파'가 아닌 '절판'이다. 육아는 나라가 앞장서야 하기 때문이란다. "보육시설을 늘린다고 저출산이 해결되진 않아요. 부모들이 3만원이나 들여 내 책을 사보지 않아도 될 만큼 체계적인 육아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