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수업방식에 적지 않게 놀랐다. 심리학에서 이론만 완벽히 안다고 절대로 시험에서 'A'를 맞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느냐' 혹은 '적용이 가능한 것이냐'가 학업 성적을 결정한다.
또 '신입생 세미나(freshmen seminar)'라는 과목이 있다. 이 과목은 신입생에게만 주어진다. 신입생 가이드 정도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특별히' 어려운 과목들로 학생들이 힘겨워한다. 이 과목들은 3, 4학년들의 전공과목 마냥, 매주 보고서를 써내야 하고 많은 양의 책을 소화해서 읽어야 한다. 소화가 덜 된 보고서는 풋내가 나고 위궤양에 걸린 경우도 있지만 모두 열심히 읽고 고민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기피하지만, 그 과목들을 우수하게 마친 학생들은 그만의 만족감을 느낀다.
유 펜에서는 매우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어느 길로 향할지는 자신만의 몫이다. 그러나 대학은 학생들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게 어느 정도의 길을 제공한다. 유 펜에 특히 많은 필수 과목 제도가 그것이다. 학생들은 전공과목과 함께 그 필수과목도 채워나가야 한다. 과학, 수학, 역사, 언어, 인문 등 각 분야에서 한 과목씩은 필수로 들어야 한다. 아직 확정된 전공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여러 과목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리고 유 펜만의 특성인 4개의 색이 다른 학교들 (경영 중심인 와튼 스쿨, 인문 대학, 간호 대학, 엔지니어링 대학)이 모여 있다. 다른 대학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학문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모두가 꿈꾸는 세계 최고인 와튼 수업들을 단순히 유 펜 학생이라는 이유로 참관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학생들은 인문대학의 역사 수업을 마음껏 들을 수도 있다. 그리고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인문대와 경영대 또는 인문대와 공과대, 등 두 개 학교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복수 학위제도 제공되고 있다.
대부분 사람은 유 펜이 실질적 교육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인문학적인 소양은 잊은 채 어디서든 활용 가능한 실용교육만 가르치려 한다고 말이다. 물론 유 펜은 실질적 교육을 중시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유 펜은 실질적 교육과 순수 기초학문을 잘 섞어 놓은, 그야말로 학생을 위한 대학이다. 이런 대학에서 오늘도 하나하나씩 배워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