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년이 넘는 긴 역사만큼이나 북경대학교 곳곳에서 중국 근대 교육선구자들과 지도자들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모택동 전 주석이 쓴 북경대학(北京大�U)이라는 현판은 아직도 서문에 달려있다. 모택동 전 주석이 북경대학교 도서관 사서 보조로 있으면서 그의 사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북경대학교와의 인연이 깊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북경대학교 도서관 현판도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등소평이 쓴 것이라 한다. 이 밖에도 중국 근대 교육의 선구자 채원배, 진독수 등과 중국의 대문호 노신, 산하제한 정책을 주장한 마인초 교수 등 수 많은 위인들이 북경대학교에 몸 담았었다.
학구적인 학교 환경도 특징이다. 북경대학교에는 중앙 도서관 외에도 각 학과별로 도서관이 있다. 물론 자습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지만 모든 도서관에는 풍부한 장서들이 소장돼 있다. 역사학과인 관계로 게으른 필자도 고서(古書)를 찾아 학과도서관에 들르는 경우가 있는데 빼곡히 꽂혀 있는 도서관의 고요함에 지식의 바다에 빠지는 듯한 묘한 설렘과 흥분을 느끼곤 한다.
열정적인 교수님들과 적극적인 학생들이 함께 하는 수업시간 또한 북경대학교의 또 다른 멋진 풍경이다. 한국대학교의 수업방식은 알 수 없지만 북경대학교는 교수와 학생이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다.
수업 후 질문 시간에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학생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교수님의 수업방식을 비판하거나 교수님의 연구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등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한다. 교수님 또한 언짢아 하지 않고 친절히 학생의 의견을 받아준다. 빡빡한 학사 일정과 시험기간만 되면 밀려오는 부담감에 질릴 때도 있지만 오로지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젊음의 열정을 지닌 친구들이 있기에 힘든 공부도 보람을 느끼며 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