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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논술] 긍정맨·부정맨…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고있나

2009/11/19 03:25:44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친구 닉이 다가와 '예스맨'이라는 '코웃음 나는' 책을 내민다. 닉은 "예스라는 단어 한마디로 네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예스맨' 세미나에 한 번 참석하라는 말을 남긴 채 유령처럼 사라진다.

처음에 칼은 닉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지만, 절친한 친구에게 "평생 외롭게 살아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듣고, 회사에선 해고 통지서를 받기 일보 직전에 처하자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세미나에 참석한다. 그리고 결국 웬만한 교주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강사에게 홀려 '예스' 밖에 못하는 남자로 거듭난다.

'예스맨'은 이때부터 한편의 코믹한 인생극장을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노' 밖에 못했던 남자가 '예스'를 말하기 시작하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인생은 짐작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변할까? 긍정의 힘을 설파하는 영화답게 '예스맨'의 대답은 참으로 긍정적이다.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도, 필요 없는 물건을 사라는 말에도 무조건 예스라고 답하자, 칼의 인생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넝쿨째 굴러온다. 직장에선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 기회를 잡고, 오토바이를 모는 멋진 여자친구도 만난다.

여자친구 앨리슨(조이 데 샤넬)은 원래부터 '노'라는 말을 하지 못했던 천성적인 '예스 걸'이다. 그녀는 "오토바이를 몰고 세게 달리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칼의 걱정에 이렇게 말한다. "어디 박아봤자 죽기밖에 더하겠어요?"

긍정과 긍정이 만나자 세상은 참 살 맛 나는 곳으로 변한다. 그들에게 인생은 놀이터나 다름없다. 밴드활동과 조깅, 사진이 취미이고, 가끔 노숙자 보호소에서 봉사활동도 하는 여자와의 데이트는 늘 장대하고 흥미롭다. "예스는 우리를 언제나 좋은 곳으로 인도한다"는 '예스맨' 강사의 긍정적인 세계관이 영화 내내 강렬하게 울려 퍼진다.

그렇다면 사이비 종교영화처럼 긍정의 힘을 과도하게 설파하는 이 영화를 마냥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도 될까? 돌멩이 맞을 각오를 하고 감히 말하자면, '긍정'은 사실 '안주'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긍정이 아니라 오히려 99%의 '부정'에서 비롯된다. 철학자들은 예부터 "비판하고, 부정하라!"고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았던가.

부정의 위력을 말끔하게 거둬낸 이 영화는 알고 보면 우리에게 긍정의 힘을 설파하려는 게 아니다. 영화 마지막, 연인이 된 칼과 앨리슨은 온몸에 롤러 블레이드를 달고 비탈길을 신나게 내려간다.

칼이 드디어 긍정이나 부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는 징표다. '예스맨'은 이 대목에서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를 꺼낸다. 당신은 지금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고 있나? '예스맨'은 이 간단한 질문으로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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