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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논술] 고개지 '여사잠도'

2009/10/22 03:36:12

인물화로 유명한 동진시대의 고개지(顧愷之, 346~408년경)는 중국 미술사에서 이름과 화풍이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화가다. 현재 전하는 고개지의 작품은 3점으로 '여사잠도(女史箴圖)' '낙신부도(洛神賦圖)' '열녀전도(烈女傳圖)'가 있다.

고개지 인물화의 화법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인물 형상에서는 '수골청상(秀骨淸像)', 즉 가름한 얼굴의 수려한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 유연하면서도 탄력 있는 필선으로 인물의 윤곽선이나 옷 주름선 등을 묘사한 그의 필법은 마치 봄날의 누에고치에서 끊이지 않고 가늘고 길게 실이 계속해서 나온다고 하는 '춘잠토사(春蠶吐絲)', 마치 물속에서 막 나온 듯 옷이 몸에 착 달라붙은 것처럼 보인다는 뜻의 '조의출수(曹衣出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문학작품을 회화로 바꾸다

고개지의 대표작인 여사잠도는 서진(西晉) 혜제의 비인 가씨의 비행을 풍자하고, 그 일족의 지나친 세도를 염려하며 장화(張華)가 지은 '여사잠(女史箴)'이란 문학작품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여사잠'은 궁정 여관(女官)의 직책을 경계한 것으로 가씨의 후족을 풍자한 권계적인 내용이다. 여인이 지녀야 할 덕목 또한 함께 서술했다. 고개지가 이를 그림으로 옮겼는데 원래는 12장면을 담고 있었으나 앞의 3장면은 없어지고 지금은 9장면만 남아 있다. 화면 9단, 내용을 적은 글 8판이 현재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여사잠도는 먼저 글이 있고 그 장면에 해당하는 그림이 이어 등장하는, 글과 그림이 번갈아 반복되는 전형적인 고사화(故事畵)의 형식이다. 이러한 이야기 서술방식은 감상자가 글과 그림을 동시에 감상하며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여사잠도'는 문학과 회화의 결합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러한 결합은 이미 한(漢)나라 때부터 나타난다. 중국은 이렇게 일찍부터 이런 동양회화의 특징인 고사화 형식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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