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이 꼽은 인류 최고의 발명은 '인쇄기계'다. 인쇄기술과 제지기술이라는 답변도 지식의 생산과 공유를 획기적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 속한다. 또한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 인터넷, 디지털 비트, 디지털 생태계 등 정보 문명의 기반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전기와 전기 발생 장치, 전기 모터, 전지, 전등 등을 비롯해 미적분과 수학, 숫자 계산, 숫자 체계 등이 비슷하게 손꼽혔다. 이는 지난 2000년 동안 인류의 문명을 크게 변화시킨 요소가 무엇인지, 다시 말해 농업혁명부터 산업혁명, 정보혁명 등 인류 문명의 굵직한 지각변동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깨닫게 해 준다.
아울러 어느 발명품도 응답자로부터 10%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점은 지난 2000년 동안 인류가 얼마나 다양한 노력과 성취로 지금의 문명에 이르렀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계적 지성들이 제시한 인류 최고의 발명들은 다양하면서도 흥미롭다. 또한 왜 이들을 위대한 발명이라고 생각하는지 근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글러스 러쉬코프(Douglas Rushkoff)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답은 지우개다. 컴퓨터의 'Del'키, 화이트(수정액), 헌법 수정 조항, 그밖에 인간의 실수를 수정하는 모든 것을 꼽고 싶다. 이렇게 뒤로 돌아가서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면 과학적 모델도 없었을 것이고 정부, 문화, 도덕도 없었을 것이다. 지우개는 우리의 참회소이자, 용서하는 자며, 타임머신이기도 하다." (47쪽)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속한 대부분의 답변은 고급 수준 지문의 핵심어와 중요 표현, 생각해 볼만한 주제 등과 직결된다. 이를테면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불신,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에 대한 깨달음, 정보가 지배하는 경제 등 차례만 읽어도 지적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 책은 첫 장부터 자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맺음말까지 책장마다 생각할 거리를 무수히 쏟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