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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조 선생님의 옛그림 산책] 김홍도의 '새참'

2010/01/28 09:47:06

● 행복한 어머니

‘새참’에서 맨 앞에 앉은 사람은 엄마야. 어, 젖가슴이 다 드러났네. 쑥스럽니? 하하! 녀석들. 너희도 엄마 젖을 먹고 자랐으면서. 그런데 이상하지. 조선시대 여자들은 얼굴까지 가리고 다녔잖아. 이 그림 속 여자는 사람들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도 괜찮았을까? 그리 창피한 일은 아니었나 봐. 엄마들은 아기에게 젖을 먹여야 했으니까.

그러니까 ‘새참’의 엄마 젖가슴도 전혀 쑥스럽지 않아. 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잖니. 고개를 숙이고 아기를 쳐다보는 엄마의 모습, 정말 행복해 보이지 않니? 새참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자기보다는 아기 밥이 우선이야. 옆의 큰아들은 정신없이 먹고 있네. ‘주막’에 나온 아이처럼 엄마 곁에 바짝 붙었어. 아이들한테는 엄마가 최고지. 거의 벌거벗은 채 밥 먹는 모습이 몹시도 게걸스러워.

● 아이스크림과 왕자병

왼쪽에서 젓가락질하는 남자 좀 봐. 혼자만 반듯한 반찬 그릇이 따로 있어. 생김새도 좀 보렴. 꼿꼿한 허리, 그윽한 눈에 광대뼈도 튀어나왔어. 밥 먹는 사람이 입까지 꽉 다물었잖아. 생각이 깊고 강인한 모습이지. 주인 대신 농사일을 감독하는 사람일지도 몰라.

왼쪽 위에 앉은 사람은 뭘 들었어. 아이스크림 같다고? 하하, 비슷하긴 해. 둘 다 시원하게 해 주는 거니까. 이건 풀을 엮어 만든 ‘삿부채’야. 가난한 서민들이 쓰던 거지.

이번에는 가운데서 술 마시는 사람을 볼까? 참 잘 생겼어. 몸매도 날씬하잖아. 그래서 술잔도 작고 귀엽게 그렸나 봐. 혹시 ‘왕자병’에 걸린 게 아닐까? 손을 좀 봐. 새끼손가락을 살짝 떼고 잔을 잡았잖아. 왕자병이나 공주병 환자(?)들이 차를 마실 때 저렇게 한대.

● 화가의 재치와 관찰력

참, 개를 빠뜨릴 뻔했네. 몹시 배가 고픈가 봐. 멀찌감치 떨어져서 사람들을 쳐다만 보고 있어. 너무 애처로운 모습이야. 그래도 할 수 없지. 기다렸다가 남는 밥이나 얻어먹는 수밖에. 사람들 사이에 슬쩍 배고픈 개를 그려 넣은 재치! 덕분에 그림이 더욱 정답고 현실감이 있어.

가만 보면 모두 참 재미있게 앉았어. 왼쪽 아래는 개, 오른쪽 아래는 여자와 아이, 오른쪽 위는 젊은 사람, 왼쪽 위는 나이 든 사람. 인물들의 나이와 성별이 확실하게 구분되잖아.

젊은이들은 역시 밥 먹는 속도가 빨라. 밥은 벌써 다 먹고 술을 마시잖아. 반면 왼쪽의 나이 든 네 사람은 아직도 식사 중이야. 틀림없이 밥도 먼저 받았을 텐데 속도가 느려. 화가의 정확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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