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4 09:35:26
●참새와 매화나무 옅게 색칠한 이유
나무는 두 종류야. 매화나무와 대나무. 먼저 새가 앉아 있는 매화나무부터 보자. 나뭇가지가 활처럼 탄력 있게 휘었어. 새가 앉아서 그렇지 뭐야. 색깔도 매우 옅고, 잘 보면 나뭇가지 속이 빨대처럼 비었어. 그래서 더욱 가벼운 느낌이야.
꽃봉오리도 몇 송이 달렸어. 봄이 막 시작되었나 봐. 그래도 여전히 추운지 새는 몸을 잔뜩 움츠렸어. 아 참, 무슨 새냐고? 참새야. 까치와 더불어 조선의 대표적인 텃새였지.
참새 색깔 좀 봐. 매화나무 색깔처럼 옅어. 참새를 짙게 그렸다면 얼마나 무거워 보였겠니? 나무가 똑 부러졌을 거야. 그림의 조용한 분위기는 산산조각 나는 거지, 뭐.
그럼 매화나무도 짙게 칠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론 그렇게 하면 나무는 더 단단해 보이겠지. 하지만 나뭇가지에 살짝 걸터앉은 아슬아슬함은 사라질 거야. 그러니 옅은 색깔로 그릴 수밖에.
지금 나뭇가지와 참새는 한 몸이야. 나무도 휘었고 참새도 몸을 활처럼 구부렸잖아. 조는 참새와 함께 꽃봉오리 역시 한숨 돌리고 있어. 추운 날씨와 힘겨운 싸움을 했거든.
대나무는 위아래에 그렸어. 마치 참새를 보호해 주듯 감싸고 있지. 색깔도 짙게 칠했어. 원래 보디가드는 강해 보여야 하잖아. 대나무도 매화나무처럼 휘었지? 똑같은 마음으로 참새의 잠을 지켜 주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