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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배 작가의 서울 이야기] 이성계가 근심 잊게한 망우고개(하)

2010/01/02 12:25:57

며칠 뒤부터 대궐로는 명당자리를 찾았다는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찾아가 보면 저마다 한두 가지씩 흠이 있었습니다.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금의 경기 구리시 쪽으로 떠났던 지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명당자리를 찾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조는 또 허탕을 칠까 봐 이번에는 신하들과 다른 지관들을 그곳으로 보내 알아보게 했습니다.

“전하, 틀림없습니다. 천하제일의 명당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태조는 신하들과 지관들을 앞세워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동구릉 터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지관이 찾았다는 명당자리는 검암산 밑에 있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그 자리냐? 과연 좋구나. 틀림없는 명당이야. 드디어 내가 누울 자리를 찾았구나.”

동구릉 터를 꼼꼼하게 다 둘러본 태조는 명당자리를 확인하고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일행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고개를 넘게 되었습니다.

고갯마루에서 가마를 세우고 쉬는데, 저 멀리 동구릉 일대가 내려다보였습니다. 태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습니다.

“아, 이제야 내 오랜 근심을 잊게 되었구나.”

이때부터 태조가 가마를 세우고 쉬었던 고개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근심(憂)을 잊은(忘) 고개’라 하여 ‘망우고개’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망우고개가 있는 산은 ‘망우산’, 그 동네는 ‘망우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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