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1 09:51:26
▶웅장한 바위에 홀딱 반한 선비 마음 담아
길은 험하지만 선비는 신이 났을 거야. 기막힌 풍경을 봤거든. 잘 봐. 구경에 방해될까 봐 시종은 아예 멀찌감치 뒤따라오게 했지. 원래는 시종이 앞에서 나귀를 끌어야 하거든. 멋진 경치를 혼자서 즐기는 기분! 아마 짜릿할 거야.
이 그림 제목은 ‘영통동구(靈通洞口)’야. ‘영통골로 들어가는 첫머리’라는 뜻이지. 선비는 대체 무얼 보았을까? 왼쪽에 있는 글을 해석해 볼까? ‘어지러이 널려 있는 바위는 집채만큼 크고 웅장하다. 푸른 이끼에 덮여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랄 정도다. 밑에서는 용이 나왔다는 소문도 있다. 바위의 웅장한 모습은 정말 대단한 장관이다.’
그래, 선비가 본 건 바위야. 넋이 나갈 정도로 크고 웅장했지. 이런 풍경을 보고 그냥 넘어갈 리 있겠어? 바위에 마음을 홀딱 빼앗긴 화가는 자신의 느낌을 마음껏 화폭에 담았어.
‘영통동구’를 그린 화가는 강세황(1713~1791년)이야. 송도 지방을 여행하면서 그린 ‘송도기행화’ 중 한 장면이지.
영통골로 들어서니, 와! 장관이 펼쳐졌어. 길 양쪽으로 거대한 바위들이 쭉 서 있는 거야. 얼마나 커 보였으면 사람을 개미처럼 작게 그렸을까? 눈을 크게 안 뜨면 못 찾을 정도야.
늘어선 바위들은 마치 장엄한 합창을 하는 듯해. 바위 하나하나는 서로 다르고 볼품없지만 이렇게 모여 있으니 장관을 이루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