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신현배 작가의 서울 이야기] 덕혜옹주와 덕수궁(상)

2009/12/10 09:51:48

고종은 이런 생각을 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문득 일본에 끌려간 영친왕(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은(영친왕)이가 유학 간다는 구실로 일본에 인질로 잡혀간 지 벌써 10년이 되었구나. 그들은 어린 덕혜옹주마저 일본에 볼모로 데려가려고 하겠지? 그리고 일본 귀족과 정략결혼을 시키려 할 테고. 막아야 해.’

고종은 1910년 나라를 빼앗긴 뒤에는 일제에 의해 ‘이태왕(李太王)’이라 불리며 비분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고종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시종 김황진을 불러 말했습니다.

“일고여덟 살쯤 된 조카 하나를 장래 부마(임금의 사위)감으로 내놓아라.”

김황진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옹주가 일본으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대 조카와 약혼해 두고 적당한 시기에 발표하면 일본도 옹주를 볼모로 데려가진 못할 것 아니냐?”

김황진은 고종의 부탁을 받아 조카 하나를 고종에게 소개했습니다. 고종은 그 아이를 덕수궁으로 데려오게 해 한밤중에 몰래 만났습니다.

“나이에 비해 아주 의젓하구나. 남자답게 잘생겼어.”

고종은 아이를 찬찬히 뜯어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아이를 먼저 그대의 양아들로 삼아라. 그런 다음 옹주와 약혼을 하는 거다. 서둘러야 한다.” ................................... <하편에 계속>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