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7 09:59:35
● ‘표랑이’를 소개합니다
더 웃긴 건 무늬야. 몸통에 호랑이 줄무늬가 있는데, 얼굴과 꼬리는 표범처럼 점박이잖아. 참 어색해. 하기야 실제로도 이런 동물이 있지. 호랑이와 사자가 짝짓기를 해서 낳은 새끼 말이야. 영어로는 ‘라이거’나 ‘타이온’이라 부르잖아. 그럼 이 호랑이는 ‘표랑이’라고 불러야겠네! 표범과 호랑이를 섞어 놓았잖아. 아무튼 괴상한 모습이야. 무섭게 보이려고 뾰족 수염에 날카로운 이빨까지 그렸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으니 어쩌면 좋지?
● 서낭신의 심부름꾼
호랑이 말고 까치도 있네. 그리 잘 어울리는 한 쌍은 아닌데…. 그래도 함께 있을 만한 까닭이 있겠지? 원래 호랑이와 까치 그림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어. 중국에서는 호랑이 대신 표범을 그렸지. ‘표범’에서 ‘표’는 한자로 ‘豹(표범 표)’라고 써. 중국어로 ‘豹’는 ‘알리다, 전해 주다’라는 뜻을 지닌 ‘報(알릴 보)’자와 똑같은 소리가 난대. ‘바오’라고 읽거든. 그래서 표범은 ‘알리다’라는 뜻을 지녔지.
까치는 기쁜 소식을 뜻하는 새야. 이것 말고도 까치에게는 중요한 역할이 하나 더 있어. 우리 조상들이 섬기던 서낭신(토지와 마을을 지키는 신)의 심부름꾼이었거든. 그림 속 까치는 지금 서낭신의 명령을 호랑이에게 전달하고 있어. 그러니 둘은 꼭 함께 있어야만 하지. 그래서 이 그림 제목도 ‘까치호랑이’야. 새해가 되면 이 그림을 집집마다 걸어 두었다고 해. 기쁜 일만 생기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