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빛낸 영화배우’ 1위 이정재의 경쟁력은?... 마동석·송강호 각각 2·3위 차지
임민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2.12.15 13:09

●이정재 2년 연속 1위, 마동석·송강호·윤여정·황정민·정우성 2~5위... ‘영화 남배우’ 강세 지속
●영화의 위기?... OTT 서비스 내 다른 영상물과 경쟁 양상

  • 영화배우 이정재는 올해 제작, 감독, 각본, 주연까지 도맡은 첩보 액션 영화 〈헌트〉를 선보여 호평을 이끌었다.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SBS)으로 데뷔,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SBS) ‘백재희’ 역으로 널리 얼굴을 알렸다./조선일보DB
    ▲ 영화배우 이정재는 올해 제작, 감독, 각본, 주연까지 도맡은 첩보 액션 영화 〈헌트〉를 선보여 호평을 이끌었다.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SBS)으로 데뷔,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SBS) ‘백재희’ 역으로 널리 얼굴을 알렸다./조선일보DB
    영화배우 이정재가 올해를 빛낸 영화배우 1위를 차지했다. 14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정재는 지난달 7일부터 24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13세 이상 17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에서 34.4%의 지지를 얻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정재는 올해 제작, 감독, 각본, 주연까지 도맡은 첩보 액션 영화 〈헌트〉를 선보여 호평을 이끌었다.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SBS)으로 데뷔,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SBS) ‘백재희’ 역으로 널리 얼굴을 알렸다. 그는 작년 하반기 넷플릭스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 주인공 ‘기훈’ 역으로 글로벌 스타로 부상했다. 현재 디즈니+의 새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 주연으로 발탁돼 촬영 중이다.

    그렇다면 이정재의 경쟁력은 과연 뭘까. 박은주 조선일보 에디터 겸 에버그린콘텐츠부장은 지난 9월 14일 ‘암흑기 넘어선 이정재’라는 제목의 지면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이정재는 고교 졸업 후 압구정 카페에서 서빙을 하다 디자이너 하용수에게 모델로 스카우트됐다. 그가 전국구 스타가 된 건 드라마 ‘모래시계(1995)’ 때였다. 멋진 양복을 입었지만 말수는 매우 적은 보디가드 백재희 역이었다. 1998년 영화 ‘정사’, 이듬해 ‘태양은 없다’ 이후 뚜렷한 히트작이 없던 이정재는 2010년 영화 ‘하녀’에서 재벌 2세로 나와 호평을 받았다. 작품과 배역 고르는 눈이 확실히 좋아졌다. 공짜로 생긴 건 아니었다. ‘이정재의 암흑기’라고 불리는 기간 그는 무던히 노력했다. 대학교수에게 연기 과외를 받고, 역사, 스릴러, 코미디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영화계에 “정재가 잘돼야 하는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외신(外信)은 ‘이정재’에 대해 ‘흥미로운 점(fun fact) 두 가지’를 종종 거론한다고 한다. ▲이정재의 여자 친구는 재벌가 딸(chaebol daughter)이자 삼성 후계자 전 부인 ▲셀피(자기 사진)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정재는 배우를 넘어 연예 매니지먼트사 설립자 겸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한다. 박은주 부장은 해당 칼럼에서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헌트’는 데뷔작인데 평이 좋다”며 “이제 그 트랙에 들어선 이정재가 또 우리를 놀라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썼다.

    1위 이정재에 이어 ‘올해를 빛낸 영화배우’ 2위는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 〈범죄도시2〉의 괴물형사 ‘마석도’ 마동석(18.8%)이다. 〈범죄도시〉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 삼아 전체 8편까지 계획된 시리즈로, 마동석이 직접 제작·기획·주연에 나선 범죄 액션 영화다. 2017년 1편, 2022년 2편에 이어 2023년 3편 개봉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6년 처음으로 ‘올해의 영화배우’ 10위에 이름을 올렸고, 2017년 2위, 2018년 1위를 차지하는 등 6년 연속 5위권에 들었다. 마블 영화 〈이터널즈〉에서 ‘길가메시’ 역을 맡아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3위는 송강호(13.5%)다. 올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브로커〉의 ‘상현’ 역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의 형사 ‘인호’ 역으로도 관객을 만났다. 그는 2014년 〈변호인〉, 2015년 〈사도〉, 2016년 〈밀정〉, 2017년 〈택시운전사〉 등 영화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을 연기해왔고, 2019년 〈기생충〉으로 세계인에게 이름 알렸다. 2007년 이후 매년 조사에서 최다 1위(5회), 개봉작이 없는 해에도 최상위권을 지킬 정도로 팬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는 배우다.
     
    4위는 윤여정(7.7%). 그는 2021년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위트 넘치는 소감으로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올해는 재일 한인 가족 80년 삶을 그린 〈파친코〉에서 노년의 ‘선자’로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반세기 동안 드라마, 영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예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수리남〉의 황정민과 〈헌트〉의 정우성이 공동 5위(6.5%), 〈비상선언〉의 이병헌(6.0%)이 7위, 〈공조2: 인터내셔날〉의 현빈(5.5%)과 유해진(5.2%)이 각각 8, 9위, 그리고 〈범죄도시2〉의 악당 손석구(5.0%)가 10위다. 손석구는 올해 영화배우뿐 아니라 탤런트 부문에서도 10위권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상위 10명 외 1.0% 이상 응답된 인물은 하정우(4.4%), 김혜수(3.1%), 박해일(2.1%), 최민식(1.9%), 공유(1.8%), 한석규(1.3%), 안성기(1.2%) 등이다.

    한편 사회 전반이 ‘코로나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예전과 같은 천만 관객 영화 전성시대가 돌아올지는 미지수라고 한국갤럽은 평가했다. 갤럽 측은 “영화 개봉과 OTT 서비스 공개 시차가 점차 줄어들고, 집에서 TV나 모바일 기기로 영화를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도 거의 사라졌다. 시청자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OTT 서비스 메뉴에서 검색하고 선택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영화는 대형 스크린보다 OTT 서비스상에서 웹드라마나 웹예능 등 다른 영상물과 경쟁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의 화제작 〈수리남〉은 넷플릭스, 〈파친코〉는 애플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이처럼 OTT 서비스가 영상물 주요 유통 경로로 부상함에 따라,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특히 고령층)은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갤럽은 지적했다.

    드라마 연기 중심인 ‘올해의 탤런트’ 상위권은 여배우가 종종 과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올해의 영화배우’ 상위권은 남배우 절대다수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2007년에는 전도연이 49.7%로 1위에 올랐고 2008년에는 손예진(2위), 김혜수(3위), 전도연(4위)이 상위권에서 각축했다. 

    이후 여배우 기준 최고 순위는 2021년 윤여정의 2위다. 2009년 하지원 4위, 2010년 김혜수 7위, 2011년 김하늘 4위, 2012년 김혜수 3위, 2013년 김혜수 7위, 2014년 전지현 11위, 2015년 전지현 4위, 2016년 전지현 9위, 2017년 김혜수 12위, 2018년 김혜수 14위, 2019년 이하늬 10위, 2020년 김혜수 9위, 2022년 윤여정 4위 등에서 보는 것처럼 여배우의 ‘힘’이 달리는 형국이다.
    글=임민진 조선에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