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漢字語)의 속뜻 제대로 알면 순우리말도 품위 있게 말할 수 있어”... 한글학자와 한자학자의 만남(6/6) [조선에듀]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기사입력 2022.12.02 02:53

●“학생들은 한자어의 속뜻 몰라 현기증 느끼고 있다”
●“국어교육에서 어휘 교육이 대단히 중요”

  • “한글, 한자를 두고 만든 사람이 임자라는 옹졸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알페벳이 그렇듯이, 문자는 만든 사람이 아니라 잘 알고 잘 활용하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져야 ‘참다운 한글 사랑’과 ‘한글 나눔’으로 한글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 “한글, 한자를 두고 만든 사람이 임자라는 옹졸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알페벳이 그렇듯이, 문자는 만든 사람이 아니라 잘 알고 잘 활용하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져야 ‘참다운 한글 사랑’과 ‘한글 나눔’으로 한글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한글 반포 제576돌 한글날을 기념해 지난 10월 9일, 역사적이고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한글학자와 한자학자(漢字學者)가 줌으로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좌담회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한글 바로 알기’를 치면 볼 수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한글학자는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다. 국립국어원 원장과 한글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재단법인 한글학회 이사장으로 있다. 한글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한자학자는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다. 조선일보에 ‘생활한자’ 칼럼을 12년간(1999년~2010년) 3300회에 걸쳐 집필 한 바 있다. 그야말로 한자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한글 세계화 관련 국내 최다(最多) 논문 집필자이기도 하다. 전 교수는 ‘참다운 한글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날 사회를 본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같은 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EBS 교육대토론’의 사회를 본 경력도 있다. 
    이번 한글·한자 토론은 기존의 소모적 논쟁에 머물지 않고 상생적 대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한글과 한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우리나라 어문 교육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에듀는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 주최 측이 제공한 대담록을 6회로 나눠 소개했다. 이번이 마지막 회다. 한국어 구사력을 높이고 싶거나, 한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또는 진정한 교양인이 되고 싶다면 6회에 걸쳐 소개된 대담록을 다시 정독하기를 권한다. 
  • 왼쪽부터 사회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글학자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자학자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선일보DB
    ▲ 왼쪽부터 사회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글학자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자학자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선일보DB
    제6부: 한글, 바로 알아야 교육이 살고 나라가 산다(2) 
     
    “학생들은 읽을 줄 몰라서가 아니라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한자어의 속뜻을 몰라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전광진 우리는 시대적 사명은 어쩔 수 없으니 그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제가 아무리 한자를 좋아하고 한자 문제를 좀 안다고 하더라도 ‘한글 전용 시대’를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한글 전용에 따른 폐해를 그냥 덮고 지나가면 학자적 양심에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한글 전용은 음을 잘 알게 하고 읽기를 잘하게 할 뿐입니다. 한글 전용 교육은 학생들에게 소리 정보만 잔뜩 제공하고 시험에서는 뜻을 잘 아는지를 점검하는 얼토당토않은 교육인 셈입니다. 학생들은 읽을 줄 몰라서가 아니라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한자어의 속뜻을 몰라 현기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식애(海蝕崖), 파식동(波蝕洞), 사주(沙洲), 석호(潟湖) 같은 한자어가 모스부호나 다름없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한글 전용 교과서로 공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자를 혼용하는 일본과 달리, “선(先) 한자어-후(後) 한자” 학습이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 30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글 전용 시대가 도래되어 한자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한자어는 안 쓰래야 안 쓸 수 없고 각급 학교 교과서에 석류알처럼 송송 박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자 학생들을 구제하는 길이라 생각하였지요. 

    한자의 속뜻이 의미 힌트가 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LBH교수학습법’(일명 ‘속뜻학습법’)을 개발하고(2006년) 이 학습법을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2007년, 15년 작업으로 완성)을 편찬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초등학생들도 속뜻학습으로 어휘력, 문해력, 학업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2010)을 만들게 되었고, 2019년부터는 4종 사전을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탑재해 놓았습니다. 휴대전화에 있는 ‘속뜻사전앱’만 톡톡 치면 한자어의 속뜻을 바로바로 알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선(先) 한자어-후(後) 한자' 학습 로드맵이 완성되어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누구나 한자 속뜻을 힌트로 삼아 한자어를 쉽게 익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상이 저의 ‘참신한 한자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요약하자면,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학습 인프라를 구축하고 최신 어플리케이션까지 완벽하게 갖추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지금 벌써 90분이 되어 갑니다. 그래서 제가 최대한 30분만 더할까 합니다. 우선 권재일 교수님의 말씀을 좀 청해 듣고 가볼까요? 권 교수님 지금까지 들으셨던 말씀 중에서 혹시···

    권재일 잠깐, 진행 발언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좌담회에 관해 사전 협의를 할 때 전광진 선생님께서 한 시간 이야기하자고 했는데요.

    전광진 네!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권재일 벌써 20분이 지났고, 사회자 선생님님께서 또 30분을 더하자 하시니··· 조금 절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회자 네, 네. 알겠습니다.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지요. 

    “국어교육에서 어휘 교육이 대단히 중요!”

    권재일 저는 전광진 선생님의 한자어, 한자 교육에 대한 의견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는데요. 그러나 한자어 교육의 필요성,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서 논평을 할 수 없습니다만, 전광진 선생님께서 제시하신 교육 방법은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처음 들어 본 방법이라서 제 생각하고 어떻게 다른지 그건 제가 아직 생각을 못 해 봤는데, 일단 어휘 교육을 위해서, 다시 말하여 국어교육에서 어휘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전광진 예! 상당 부분 공감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권재일 어휘 교육을 위해서는 한자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방법, 이것은 대단히 필요하고, 그것이 어떤 방법이 되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미 선생님께서 시작하셨으니까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연구 방법을 개발해서 교육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광진 예! 동의와 건의에 감사드립니다. 

    사회자 네, 고맙습니다. 우리 전 교수님, 지금 권재일 교수님께서 진행 발언이라고 하시면서 말했지만 원래 1시간만 하는 거로 알았는데 벌써 90분이 돼 가니까. 한 6분 안에 마쳤으면 하시는 바람인 것 같습니다. PPT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꼭 하시고 싶은 핵심적인 것 한 두세 가지만 말씀해 주시고 권 교수님 말씀 듣고 마치는 쪽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전광진 예! 빨리빨리 진행하겠습니다.

    사회자 네! 꼭 하시고 싶은 거 한두 가지 정도만.

    “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전광진 예! 한자에 담겨 있는 의미 힌트(속뜻)을 최대한 활용하여 LBH (Learning by Hint) 교수학습법을 개발한 것은 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함이었습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스탠퍼드대학 로저 콘버그 교수가 내한하여 한 언론과의 인터뷰(2009년 4월 11일)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런 답을 하였습니다. “단순 설명이나 암기가 아닌 완벽한 이해를 위한 수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라는 기사를 보고 깜작 놀랐습니다.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을 출간하였을 때 조선일보 2007년 10월 30일자 보도 기사에서 “암기식 학습을 탈피하고 이해식 학습으로 바뀌게 하는 사전”이란 극찬을 받은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LBH교수학습법과 속뜻사전이 노벨상 프로젝트의 초석이 될 수 있겠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한자어의 속뜻 알면 순우리말도 품위 있게 잘하게 돼”

    초등학생 때부터 한자어의 속뜻학습을 하게 되면 ‘생각의 눈’을 뜨게 되고, ‘생각의 힘’이 생기고, ‘생각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는 학습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한다’는 용비어천가에서 유래된 것이니 누구나 다 잘 압니다. 그러면 사람은 무엇이 깊어야 할까요? 사람은 생각이 깊어야 하며, 생각이 깊자면 한자어 속뜻을 알아야 함을 초·중·고 학생, 교사, 학부모 특강 때마다 역설하였더니 많은 분이 공감의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한자어의 속뜻을 알면 순우리말도 품위 있게 잘 하게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말을 순우리말로 달리 말 해보시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답을 제시하겠습니까? 답은 ‘뜨거운 마음으로 일하겠습니다’입니다. ‘뜨거울 열’(熱), ‘마음 심’(心)이 속뜻을 알면 쉬운 문제가 됩니다. 남을 위해서도 울기도 하는 사람은 마음이 뜨겁다는 증거입니다. 마음이 뜨거운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 갑니다. 

    아울러,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속담 이야기도 간단히 들려 드리겠습니다. 우리 권재일 교수님께서는 안동의 반촌(班村)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왕대밭 출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훌륭하게 되자면 선생님과 부모님이 훌륭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자면 한글에 아울러 한자 지식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선생님과 학부모를 위하여 엮은 책이 바로 ‘선생님 한자책’입니다. 우리 권재일 교수님께서 어떤 한자어를 만나더라도 형태 분석 능력이 있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한자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이죠. 그렇죠. 전혀 안 했다면 그렇게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시중에 학생들을 위한 한자책은 무수히 많지만 정작 선생님을 위한 한자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왕대밭 선생님을 위하여 한자책을 엮었던 것입니다. 

    끝으로, ‘한자는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불식시키기 위한 자료를 하나 준비해 보았습니다. “山 / 뫼, 산 / mountain” 가운데 어느 것이 어려울까요? 한자가 어렵다고 하지만, 한자 한 글자는 단어 또는 형태소에 해당하는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영어의 단어와 비교해 봤을 때 어려운지 쉬운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자가 어렵다면 영어 단어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며, 영어 단어 2,000개를 익히는 것이 ‘식은 죽먹기’라면 한자 2,000개를 학습하는 것도 ‘땅 짚고 헤엄치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한자를 두고 임자 운운하는 예를 흔히 봅니다. 國語라고 한자로 써놓은 단어는 중국어인지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자형이 아니라 자음을 통하여 국적이 드러납니다. [꾸어위]라 읽으면 중국어가 되고, [국어]라 읽으면 한국어가 되고, [고꾸고]라 읽으면 일본어가 됩니다. 

    알파벳도 마찬가지입니다. nation을 [네이션]이라 읽으면 영어가 되지만, [나시옹]이라 읽으면 프랑스어가 되고, [나띠온]이라 읽으면 독일어가 됩니다. 문자는 만들어 낸 사람, 또는 그 후손이 임자가 아니라, 잘 알고 잘 사용하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알파벳, 아라비아 문자 등이 그런 것처럼! 한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종대왕이 창제하였으니 세종대왕의 후손인 우리만이 임자라고 하면 한글을 한반도에만 꽁꽁 묶어 놓는 결과가 됩니다. 세계 그 어떤 민족의 사람들도 한글의 임자가 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참다운 한글 사랑’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참신한 한자 연구’의 결과물을 소개할 자료가 더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시간 관계상 이만 줄입니다. 혼자 너무 많이 떠들어서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회자 고맙습니다. 그러면 우리 권 교수님의 마무리 말씀 청해 듣겠습니다.

    “한자어 이해 교육을 위한 속뜻풀이 연구는 굉장히 흥미 있고 정말 필요한 과정”

    권재일 예, 마무리 발언을 하겠습니다. 마무리 발언을 하기에 앞서서 방금 전광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한자어 이해 교육을 위한 속뜻풀이 연구는 굉장히 흥미 있고 정말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에 한자어가 있고 고유어가 있는데,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저나 한글학회 입장이 한자어를 모두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매우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한자어나 토박이말로 쉽게 바르게 바꾸어 쓰자는 것이지, 한자어 ‘학교’를 토박이말 ‘배움집’으로 고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오해가 없기를 바라고요. 

    두 번째 지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한자어를 어떻게 이해하도록 교육할 것인가 하는 방안, 물론 지금 전광진 선생님께서 시행하고 계시는지, 앞으로 시행하실 것인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한 방안을 더욱더 연구하시면 우리 국어 교육의 어휘 교육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한자를 쓰자, 한자를 가르치자, 이런 주장이 아니라, 조금 더 전진적으로 한자어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자 하는 측면에서 저는 선생님께서 하시는 어휘 교육 방법을 적극 지지합니다. ‘학교, 학생, 학업, 학급, 학문’ 등의 ‘학’에는 ‘배우다’라는 뜻이 있음을 가르치자는 것이지, 물론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연상 작용으로 저절로 습득합니다만, 어휘 교육을 위하여 ‘學’이라는 글자 모양을 가르치자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늘 정말 뜻밖의 기회를 마련해주신 박남기 선생님과 전광진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이 밤에 늦은 시간인데, 늦은 시간에 지금 50명의 청중이 접속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열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기획하신 박남기 선생님과 전광진 선생님의 학문과 인품을 보고 이렇게 많이 들어오신 것 같습니다. 저를 알고 오신 분을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한글날을 맞이해서 ‘한글’이라는 명칭의 올바른 사용, 다시 말해서 ‘한글’과 ‘한국어’와 혼동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 또는 그것을 우리가 승화시키는 어떤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제기한 것도 의미가 있고요. 그리고 우리의 글자 생활, 어휘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서 함께 논의해 보았다는 것에 대해서 한글날을 앞둔 오늘 개천절 저녁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사회자 아유, 권 교수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말씀 들으면서 저희들이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면 우리 전 학장님 간단하게 마무리 말씀해 주시죠.
  • 전광진 예! 오늘 이런 논의의 자리가 성공적인 결실이 있게 된 것은 한글학회를 대표하는 가장 큰 어른이신 권재일 이사장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가 세기의 대결이 아니라 세기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게 됐습니다. 한자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집안 이야기에 불과하여 별로 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한글학회 가장 큰 어른께서 백망을 제쳐두고 이렇게 선뜻 참여해 주셔서 이 자리가 더욱 빛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문 정책을 이렇게 바꾸자’, ‘혼용을 하자’, ‘병용을 하자’, ‘병기를 하자’ 같은 정책적인 차원이 아니라. 한글, 한자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알고,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 상생의 대안이 있지 않겠는가를 함께 고민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우리 이전에는 한글 인사와 한자 인사는 만나면 대결, 대립, 반목, 질시에 급급하였습니다. 한글과 한자를 배타적이고 상극의 관계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문 정신에 입각하여 있는 그대로 이실직고(以實直告)함으로써 화합과 상생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제가 마무리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글만 쓰자, 아니다 한자도 쓰자 이런 배타적 주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손흥민 사진을 꼭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두 사진에 나오는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죠. 

    그렇죠. 손흥민 선수잖아요. 가만히 보면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슈팅할 때 다리가 이쪽은 오른쪽, 저쪽은 왼쪽인 것 같네요. 그렇죠! 손흥민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 EPL 득점왕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양쪽 다리로 강력한 슈팅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선수가 된 겁니다. 

    우리가 한글, 한자 문제를 두고 어느 하나만 고집해봤자 손해만 볼 뿐입니다. 그렇죠. 둘 다 잘 알고, 잘 활용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지 않겠습니까? 손흥민 선수가 양쪽 다리로 슈팅을 해서 세계적인 선수가 된 것처럼, 우리 학생들이 우리가 한글, 한자 둘 다 잘 알아서 기초학력을 굳건히 다지면 우리나라 학생들 중에도 훗날 노벨상 수상자가 속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글, 한자를 두고 만든 사람이 임자라는 옹졸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알페벳이 그렇듯이, 문자는 만든 사람이 아니라 잘 알고 잘 활용하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져야 ‘참다운 한글 사랑’과 ‘한글 나눔’으로 한글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표음문자인 한글, 표의문자인 한자, 두 문자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배출함으로써 우리 교육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결과가 됐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개천절은 새로운 하늘[天]이 열리는[開] 그런 날이 아닙니까. 오늘 우리의 만남이 새로운 인식을 통하여 우리나라 국어 교육, 어문 학습에 새로운 하늘이 열리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 줌과 유튜브 동시 중계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서 ‘왕대밭에 왕대 난다.’라는 속담처럼 2세, 3세 교육의 대성으로 가문이 부흥되기를 빕니다. 나라의 대들보가 될 인재를 각 가정에서 길러내시길 바랍니다. 
     
    오늘 사회 잘 봐주신 우리 박남기 광주교대 전임 총장님! 아주 베테랑입니다. 그렇죠! 말씀도 잘하시고. 아나운서보다 더 잘하시는 것 같아요. 끝으로 아주 귀한 시간 내주시고 오늘 이 대담을, 좌담을 크게 빛내주신 한글학회 권재일 이사장님께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를 표하면서 이만 마무리 인사를 마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회자 네, 고맙습니다. 여러분, 두 분께 박수 한번 보내 주십시오. 오늘 저도 정말 공부 많이 했습니다. 특히 숟가락과 젓가락 비유도 저에게 와 닿았고요. 또 왼발, 오른발! 우리 전 교수님은 비유의 대가이신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한자 전용이냐 병용이냐 이런 논의가 실은 별 의미가 없겠다, 이런 생각도 언뜻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듭니다. 그리고 특히 이 한글날의 의미와 또 한글날이라고 적어놓고 하는 행사의 그 괴리에서 발생하는 국민들의 혼동 부분도 학자들이 조금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그다음에 이제 저는 전문가는 아닌데, 세종대왕께서 그 한글 표기를 할 때는 받침을 밑에다 넣어가지고 예를 들면 영어를 우리말로 그대로 적는다고 할 때 지금은 적기가 어려운데 과거 훈민정음 시절에는 오히려 영어 발음을 거의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었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기는 하더라고요. 아마 이 부분은 우리 권재일 교수님께서 그 분야의 대가이시기 때문에 또 다른 기회에 말씀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한글날을 맞이해서 저희들이 이 학계에 두 분의 거장을 모시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 전 학장님께서 해주신 한자어 교육에 관한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은 앞으로 우리 어휘력을 늘리는데 아마 크게 보탬이 되리라 생각하고요. 저도 기회가 될 때마다 초등·중등 교사들에게 전 학장님께서 개발하신 한자어 교육법을 저도 널리 공유하고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주셔서 고맙고요. 또 기회가 되면 다시 모시고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그대로 지금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송출이 되고 있어서. 아까 보니까 유튜브에 30여 분이 계시고요. 이 늦은 시간이지만 여기에도 지금 거의 50분이 들어와 계셔서 아까 말할 때는 100분 이상이 참여하면서 저희 말씀을 듣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용은 그대로 앞으로도 유튜브에서 계속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또 기회를 만들어서 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