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표음문자... 한자 지식 없으면 의미 추론 굉장히 어려워”... 한글학자와 한자학자의 만남(3/6) [조선에듀]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기사입력 2022.11.21 00:09

●한글의 우수성과 한계성에 대하여
●학교 현장에서 한글이 표음문자라는 사실 전혀 말해주지 않아... 표음문자 가르치면 표의(表意)문자 자연스레 알게 돼

  • ▲ "한글이 쉬운 까닭은 기본적으로 자음 14개, 모음 10개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알파벳은 26개이니 한글이 더 쉬운 셈입니다. 기본적으로 그렇습니다만, 이중모음을 포함하고 음절 구조를 감안하면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글은 24개 자모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 사실 자체를 초·중·고 학생은 물론 대학생들도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편집자주: 지난 10월 9일, 한글 반포 제576돌 한글날을 기념해 역사적이고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한글학자와 한자학자(漢字學者)가 줌으로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좌담회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한글 바로 알기’를 치면 볼 수 있다(약 90분).
    좌담회에 참석한 한글학자는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다. 국립국어원 원장과 한글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재단법인 한글학회 이사장으로 있다. 한글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한자학자는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다. 조선일보에 ‘생활한자’ 칼럼을 12년간(1999년~2010년) 3300회에 걸쳐 집필 한 바 있다. 그야말로 한자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한글 세계화 관련 국내 최다(最多) 논문 집필자이기도 하다. 전 교수는 ‘참다운 한글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날 사회를 본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같은 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EBS 교육대토론’의 사회를 본 경력도 있다.
    이번 한글·한자 토론은 기존의 소모적 논쟁에 머물지 않고 상생적 대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조선에듀는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 주최 측이 제공한 대담록을 6회에 걸쳐 소개한다. 한글과 한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우리나라 어문 교육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왼쪽부터 사회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글학자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자학자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선일보DB
    ▲ 왼쪽부터 사회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글학자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자학자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선일보DB
    제3부 : 한글의 우수성과 한계성에 대하여(1)

    전광진 예! 세 번째 주제는 ‘한글의 우수성과 한계성’이지요. 어떤 일이든지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는 것은 없죠. 한글의 장점, 즉 우수성에 관해서는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중학교·고등학교 국어책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한글은 배우기 쉽다는 말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한글이 쉬운 까닭이 뭡니까?”라고 물어보면 바로 답을 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 교육을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글이 쉬운 까닭을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한글이 쉬운 까닭은 기본적으로 자음 14개, 모음 10개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알파벳은 26개이니 한글이 더 쉬운 셈입니다. 기본적으로 그렇습니다만, 이중모음을 포함하고 음절 구조를 감안하면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글은 24개 자모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 사실 자체를 초·중·고 학생은 물론 대학생들도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이것은 학생 문제가 아니라 교과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글은 알파벳보다 2개가 더 적기 때문에 배우기 쉽다는 단순 사실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교과 교육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에 대해서 권재일 이사장님께서 전문가로서 덧붙일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권재일 예, 지금 한글의 우수성과 그리고 한계점을 원론적으로 말씀하신 거잖아요.

    전광진 예!
     
    권재일 한글의 우수성은 지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 보통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지요. 그러나 제가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 대개는 추상적으로 알고 그 장점을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저는 한글의 장점을 배우기 쉬운 글자라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세종대왕께서 처음부터 한글을 만든 근거가 백성들이 배우기 쉽도록 글자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창제하였지요. 자음 같은 경우는 기본글자 5개를 만들어서 가획해서 글자를 넓혀갔지요. 모음도 기본글자 세 글자를 가지고 조합해서 글자를 넓혀갔지요. 

    이와 같은 원리로 만들기 때문에 배우기가 쉽다고 하는 것이 참 장점이지요. 그 배경이 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가 좀 알아야 하겠지만, 우선은 한글은 배우기 쉬운 글자라 하겠습니다. 그건 실제 한글을 배워본 외국인들이 다 인정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현대와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 한글의 가치가 더 돋보입니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모든 국민이, 모든 백성이 정보를 공유하고 정보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모두가 글자 생활을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글자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한글이 다른 어떤 문자보다도 최적화돼 있다, 그것은 바로 배우기 쉬운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앞서 전광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장점만 있고 단점이 없는 예는 없다고 했지요. 물론 한글 또는 훈민정음은 글자로서 한계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몇 가지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을 보면, 우선 여러분이 잘 아는 용어입니다만 음소문자로 만들어서 그것을 음절문자로 운용하는 것이 장점도 될 수 있지만 단점도 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서 영어 같으면 boy 이렇게 쓰지만, 우리는 ‘보이’ 같으면 ‘ㅂ’ 밑에 ‘ㅗ’를 써서 한 음절을 만들고. 또 ‘ㅇ’에 ‘ㅣ’를 써서 한 음절을 만들어서 네모 칸 안에 들어가는 그런 글자 생활을 운용했기 때문에 그것이 문자학적으로 볼 때는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두 번째 문자학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비슷비슷한 글자, 그것은 아까 장점이라 했잖아요. 예를 들어서 ‘ㄱ’에서 획을 더해서 ‘ㅋ’을 만들고. 또 둘을 겹쳐서 ‘ㄲ’을 만드는 것, 그것은 같은 성격의 소리를 같은 묶음으로 쓴 장점이지만, 외국인들이 글자를 배울 때는 너무 모양이 비슷비슷해서 그것을 판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요. 판독하기 어려운 예를 또 들면 ‘를’ 같은 경우는 ‘ㄹ’ 밑에 ‘ㅡ’가 있고 또 ‘ㄹ’이 있는데, ‘르’와 똑같은 크기로 ‘를’을 쓰면 굉장히 판독이 어렵다는 점, ‘룰’하고 ‘를’하고, ‘을’하고 ‘울’, 이것이 언뜻 보면 판독이 안 된다고 하는 점이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한글이 가진 한계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물론 온 백성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장점이 있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지금 제가 두 가지 사례를 들었듯이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한계점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극복하는 방법 중에 한 가지가 어느 신문의 한글 글자체인데요. 글자 모양을 똑같은 크기로 만들지 않고, 예를 들어서 ‘를’ 같은 것은 ‘르’보다는 좀 내리 길게 함으로써 변별성을 가지게 하는, 한글 디자인을 통해 극복하려고 하는 노력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회자 네! 그러면 전광진 학장님 의견은 어떠한지요?

    전광진 권 이사장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한글의 장점, 즉 우수성에 대해서 제가 더 덧붙일 말은 없습니다. 잠시 후 정리하는 PPT 화면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한글의 한계점이라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는 제가 덧붙일 소견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음소문자인 한글을 음절 문자화해서 사용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인 것 같습니다. “초성, 중성, 종성을 합쳐서 하나의 글자로 쓴다”(初中終三聲, 合而成字)라는 훈민정음의 합자해(合字解) 대원칙이 단점이라면 세종대왕께서 그렇게 했겠습니까? 그것은 마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컴퓨터로 쓸 때 한자도 2바이트고 한글도 2바이트 단위로 쓰지요. 그러니까 음절을 단위로 합자(合字), 즉 모아쓰기를 한다는 것은 한자와 더불어서 사용하는 데 편리하게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점에서는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그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글자가 자형이 비슷해서 판독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단점이긴 하지만 큰 문제점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글을 처음 배울 때는 혼동이 되겠지만 쓰다 보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니 큰 단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을 PPT 화면으로 정리한 파일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권재일 이사장님은 워낙 머리가 좋으시고 아는 게 많으시니까 따로 자료를 준비하지 아니해도 말씀을 참 잘하십니다만, 저는 그렇지 못해서 이미지를 보여 드리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님 자료를 공유할까요?

    사회자 네, 공유하시죠.


    “한글은 표음문자!”

    전광진 좀 전에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과학적인 점을 강조하여 설명하여 주셨는데, 그런 것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일반 사람들도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읽기 쉽고’=이독(易讀), ‘알기 쉽고’=이인(易認), ‘익히기 쉽고’=이습(易習), ‘쓰기 쉽다’=이사(易寫), 이상 네 가지(四易)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토록 우수하고 좋은 ‘한글’이라고 할지라도 단점이 없을 수 없습니다. 한글의 단점에 대해서는 초·중·고 교과서에 어디에도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습니다. 한글의 속성, 본질, 기본 성질 이걸 이야기하면 간단한데 그걸 아무 데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말을 지어 봤습니다. “태산이 높다고 하되 하늘 아래 뫼이고, 한글이 좋다고 하되 표음문자일 따름이다.”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은 표음 기능이 우수하다는 뜻입니다. 표음(表音)문자이니 소리를 적는 데는 최고라는 것입니다. ‘표음문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교과서에서 학생들이 쉽게 그 본질을 이해할 텐데, 그런 용어를 현용 초·중·고 교과서의 어느 곳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글로 표기해 놓으면 음을 잘 알게 하고, 잘 읽을 수 있는 것은 한글이 표음문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교 교육에서 한글이 표음문자라는 사실은 전혀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원천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표음문자를 가르치면 표의(表意)문자가 자연스레 알게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여겨집니다. 대표적인 표의문자인 한자의 존재를 알게 되니까 그것을 피하려고 그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표의문자의 존재를 이렇게 은폐하고 싶겠지만 불똥은 다른 데로 튀게 됩니다. 표음문자인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정말 어렵다는 사실이 우리의 어문 교육 현실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마도 조금 더 심층적인 보충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러한 문제를 알기 쉽게 대비해서 말씀드리자면, 알파벳은 참으로 쉽지만, 영어는 억수로 어렵다는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알파벳을 다 익혔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한글만 떼면 한국어는 저절로 떼는 거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글학회 수장이신 권 교수님께서 보충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권 이사장님은 제가 알기로는 한국어 문법 전문가이시니, 한국어가 어려움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잘 설명해 주시리라 사료 됩니다. 
     
    사회자 네! 이사장님 가능하시겠지요.

    권재일 예! 제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들으시는 데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또 제 얼굴도 가끔 화면에서 사라지는데 제가 일부러 나가는 게 아니고 기계가 자꾸 나갑니다. 바로 제가 들어오겠습니다. 저기, 오늘 귀한 시간 내셔서 사회를 보시는 박남기 선생님께도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사회자 네.

    권재일 제가 사실은 박남기 선생님 학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선생님께서 어떤 연구를 하시는가를 잠깐 찾아봤더니만 교육학에 대한 논문과 저서가 굉장히 많은 것을 보고서 훌륭하신 분이라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최근에 선생님께서 쓰신 ‘디지털 교육매체 홍수’라는 글이 있지요?

    사회자 네, 네!

    권재일 예, 제가 최근에 읽었습니다. 이 글의 독자들이 누구입니까?

    사회자 주로 교사들을 제가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교사와 교수.

    권재일 주로 초·중·고 교사들이겠지요.

    사회자 교수들도 있습니다만 ···

    권재일 교사들이 그 글을 읽고 얼마나 어려워하시던가요?

    사회자 저의 그 글은 미국에 있는 박사과정 학생이 보내온 글을 우리 한국 상황에 맞게 추가로 덧붙여 쓴 글인데요. 그 글은 원래 교수들의 원격수업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수업을 염두에 두고서 쓴 것입니다.
     
    권재일 예, 그래서 그 글은 보면 아까 전광진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표의문자는 한 글자도 없습니다. 전부 표음문자로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까 전광진 선생님 말씀하신 대로 하면 읽고 이해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글이 되어야 하는데, 제가 교육학을 잘 모르지만, 읽고 나니까 무슨 말씀인지 금방 알고, 이게 정말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매체 사회에서 큰 문제구나, 하는 것을, 표음문자로만 쓰셨는데도 충분히 이해했거든요. 그래서 표의문자를 써야만 이해가 되고 정보가 잘 전달된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한글만 써서는 어떤 경우는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100% 완벽할 수는 없지요. 그런 경우에는 한자를 쓰거나 또는 영어를 써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표음문자를 표의문자로 보완돼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쉽게 동의가 안 되지요. 현재 신문, 그리고 잡지 그리고 박남기 선생님 같은 학자들의 글을 보면 표음문자인 한글로만 써도 정보 전달에 어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이러한 학술적인 글도 그러한데 일반 사람들이 쓰는 글을 표의문자를 함께 써서 보완한다고 하는 것은, 글쎄요. 반드시 옳은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에 대해 한자 지식 없으면 의미 추론 굉장히 어려워”

    전광진 예! 표음문자인 한글로만 써도 의사 전달에 지장이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똑같이 표음문자인 알파벳으로만 쓴 영어 문장의 예로 부연 설명하겠습니다. 영어 단어의 특성은 우리말, 즉 한국어의 단어의 특성하고는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영어 어휘는 접두사, 접미사가 많이 발달 되어 형태 변화도 다양하게 많이 발달하여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접두사 또는 접미사, 어형 변화 및 어원을 통하여 의미 추론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경우에 순전히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에 대하여 한자 지식이 없으면 의미 추론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학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영국에서 또는 미국에서 표음문자만 쓴다고 해서 우리도 표음문자만 써야 한다고 여긴다면 대단히 무리한 발상인 것 같습니다. 겉만 보는 피상적인 발상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여지가 있습니다. 

    권재일 예, 피상적이라 말씀하셨는데, 일반적으로 언어학에서 영어는 통사적인 언어, 우리말은 형태적인 언어라고 하지 않습니까? 어느 나라 말이든 접사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 선생님 말씀을 잘못 들으면, 우리가 표음문자를 쓰자는 것이 영어나 다른 서양 언어가 표음문자를 쓰기 때문에 우리도 표음문자를 쓰자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렇게 말씀한 것은 아니지요?

    전광진 예! 잘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어가 형태적인 언어라는 것은 우리말이 어형 변화가 많은 걸 두고 하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에 수없이 많이 한자어는 형태소 분석을 할 수 있어야 의미를 제대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자어를 한글로만 적어 놓은 경우 형태 분석도 어렵고 그 의미를 문맥으로 판단하기도 어려운 예가 참으로 많습니다.

    권재일 필요한 경우에 정말 문맥으로도 의미가 구분 안 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이것을 변별할 필요에 대해서는 선생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변별을 위한 방법이 꼭 한자를 써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광진 예, 잘 알겠습니다. 이런 문제는 좀 더 학술적인 문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곳 또는 다른 토론에서 할 수 있는 그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시지요.

    사회자 네, 고맙습니다. 그러면 두 분의 스타께서 하시는 고민하고 달리, 잠깐만요. 음소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 가능하면 전부 다 음소거를 하고 참여해 주십시오. 우리 전광진 학장님과 권재일 교수님을 제외하고는 음소거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우리 권재일 이사장님께 그리고 전광진 학장님께도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한글날이라고 하면서 한국어, 그러니까 우리말을 기념하는 행사까지 함께한다는 말이죠. 그게 우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한글이라는 표현을 가지고서 한국어까지 겸하는 거로 한다면 혼란이 있긴 하겠지만, 혹시 그렇게 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일반인들이 지금 거의 그렇게 많이 쓰고 있으니까요. 아니라면 한글날은 한글의 우수성을 기념하는 날로 만들고, 우리말은 따로 만들어야 기념하면 되지 않나요?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제가 너무 짧은 생각일까요? 우리 이사장님 말씀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권재일 예, 아까 처음에 제가 말씀드렸는데 한글날은 한글이라는 글자를 기념하는 날은 맞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한정하지 말고 우리는 말을 기념하는 날은 없으니까 우리말에 대한 기념, 더 나아가서 우리 문화도 함께 생각하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박남기 선생님께서 매우 중요한 얘기를 하셨습니다. 뭐냐 하면 지금 국민들이 ‘한글’로서 글자 이름도 가리키고 한국어 이름도 가리키는 것이 일반화됐다, 잘못이지만, 그러나 그것을 두고 국민들에게 계속 그렇게 잘못했다, 잘못했다, 할 것인가에 대해서 저희들도 많은 논의를 합니다. 그랬더니만 정부의 어떤 담당 공무원이 그러면 ‘글자한글’, ‘언어한글’, 이렇게 해서 한글로 둘 다 가리키되, 구분해서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그것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지금 현재 제 생각은 ‘한글’은 글자 이름으로만 한정을 해야 하는 것으로 국민들을 계몽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가 한글학회, 그리고 학자의 관점을 떠나서 본다면, 좀 국민들이 편하게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것을 한번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무조건 국민들에게 ‘한글=글자이름’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편하게 해 줄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박남기 선생님 말씀 듣고서 이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네, 고맙습니다. 우리 전 학장님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