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언론·교육자들도 ‘한글=한국어’ ‘한글=고유어’로 잘못 쓰는 경우 많아”... 한글의 오인·오용·오판 사례! 한글학자와 한자학자의 만남(2/6) [조선에듀]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기사입력 2022.11.16 10:39

편집자주: 지난 10월 9일, 한글 반포 제576돌 한글날을 기념해 역사적이고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한글학자와 한자학자(漢字學者)가 줌으로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좌담회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한글 바로 알기’를 치면 볼 수 있다(약 90분).
좌담회에 참석한 한글학자는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다. 국립국어원 원장과 한글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재단법인 한글학회 이사장으로 있다. 한글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한자학자는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다. 조선일보에 ‘생활한자’ 칼럼을 12년간(1999년~2010년) 3300회에 걸쳐 집필 한 바 있다. 그야말로 한자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한글 세계화 관련 국내 최다(最多) 논문 집필자이기도 하다. 전 교수는 ‘참다운 한글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날 사회를 본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같은 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EBS 교육대토론’의 사회를 본 경력도 있다.
이번 한글·한자 토론은 기존의 소모적 논쟁에 머물지 않고 상생적 대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조선에듀는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 주최 측이 제공한 대담록을 6회에 걸쳐 소개한다. 한글과 한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우리나라 어문 교육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제2부 : 한글의 오인, 오용, 오판 사례! 

    “행정기관, 언론기관, 일반 교육자들도 ‘한글=한국어’ ‘한글=순토박이말(고유어)’로 잘못 쓰는 경우 많아 정말 안타까워”

    사회자 아! 그럴까요! 지금 우리는 4개 주제 가운데 두 번째 ‘한글의 오인 및 오용 사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오용 사례라고 하면, “야, 너 한글 이름이 참 예쁘다” 뭐 이런 것, 또는 “어려운 한자를 쉬운 한글로 바꾸자” 같은 말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결국은 ‘한글’이라는 단어를 ‘우리말’과 혼용해서 쓰는 결과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 이사장님 아니면 학장님 어느 분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권재일 예, 제가 최근에 있었던 얘기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사회자 예!
     
    권재일 어떤 신문사에서 최근에 우리말 사용과 관련한 자문위원회를 열었는데요. 제가 그 자문위원회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사회자가 하신 말씀이 “영어나 한자어를 쓰면 국민들이, 특히 코로나 방역 용어 같은 것은 알아듣기 어려우니까 한글로 쓰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하길래, 제가 “일단 용어부터 정리합시다. 한글은 글자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지금 사회자님이 말씀하는 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외래어로 된 코로나 방역 용어를 쓰지 말고, 우리말, 그중에서도 토박이말로 된 것, 다시 말하면 우리말에는 한자어도 있고 토박이말이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한글로 쓰자’는 것은 ‘토박이말로 쓰자’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하여, 방역 용어를 외국어를 쓰느냐, 한자어를 쓰느냐, 토박이말을 쓰느냐의 논의를 떠나서 우선 용어에 있어서는 사회자가 말했던 ‘한글’이라는 표현은 우리 토박이말, 또는 고유어라고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라고 고쳐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언론은 물론이고 제법 지식을 갖춘 분들도 ‘한글’이라는 말로서 ‘한국어’, 특히 순토박이말(고유어)로 대신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한글날마다 저희들이 목소리를 내고 해도 바로 잡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상이 처음 2009년에 세워졌는데 거기 설명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 그걸 영어로 번역하기를 ‘세종대왕이 한국어를 창제했다’고 했어요. 그러면 세종대왕 이전에는 우리말이 없었다는 뜻이 되잖아요. 그래서 그걸 고치라 하니까 그게 그게 아니냐고 공무원들이 계속 우겨서 그게 아니라고 설득해서 결국은 고쳤지만, 행정기관, 언론기관, 일반 교육자들도 ‘한글=한국어’, ‘한글=순토박이말(고유어)’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회자 아, 이사장님! 제가 하나 여쭈어보겠습니다. ‘한글은 우리말이 아니다’라고 했을 때 그 ‘한글’에 대한 영어 표기는 어떻게 하였나요? ‘Korean Alphabet’으로 하였나요? 아니면 뭐라고 바꿨죠?

    권재일 지금 공용으로 쓰고 있는 것은 영어는 ‘Hangeul, or Korean Alphabet’ 이렇게 쓰고 있지요.
  • 왼쪽부터 사회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글학자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자학자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선일보DB
    ▲ 왼쪽부터 사회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글학자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자학자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선일보DB
    사회자 네! 그러면 전광진 학장님의 말씀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광진 예!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을 요약해서 PPT 화면을 보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회자 네, 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뜻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은 아마 남겨두신 것 같아... 한자어는 수박 같아서 겉으로는 알 수 없어”
     
    전광진 예,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셨으니까 한글날은 세종대왕을 기리는 날이죠. 세종대왕께서는 우리가 ‘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하신 분입니다. 세종대왕께서는 음이 중요하지만 ‘뜻’도 중요하다는 걸 아마 아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것은 각자 알아서 하겠지, 뒤에 훌륭한 사람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해서, ‘뜻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은 아마 남겨두신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한글에 대해서 표준국어대사전은 ‘우리나라 고유의 글자’라고 정의하고 있고, 속뜻사전은 ‘한국의 공용(公用) 문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언중(言衆) 사이에서는 한글을 ‘우리말’ 또는 ‘순우리말’로 착각하고 오용하는 사례가 흔합니다. ‘순한글 이름’이라는 없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좀 전에 권 이사장님께서 하신 ‘토박이말’, ‘고유어’란 용어를 사용하셨는데, ‘한글 이름’을 ‘토박이말 이름’, ‘순우리말 이름’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글 사전’, ‘어린이 한글사전’, ‘라틴어 한글 사전’의 ‘한글’도 ‘한국어’ 또는 ‘국어’로 착각한 사례입니다. ‘한글 파괴’라는 것도 사실은 ‘국어 파괴’ 문제입니다. 한글은 기본적으로 자음 14종, 모음 10종을 통칭하는 것이니 파괴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한국어 어휘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이렇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글자(字)’ 같이 고유어와 한자어가 혼합되어 있는 것이 있고, ‘가스총(銃)’ 같이 외래어와 한자어가 섞여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혼종어(混種語)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어를 잘하자면 순(純)우리말인 고유어만 많이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자어, 외래어, 혼종어도 많이 알아야 하지요. 특히 한자어는 수박 같아서 겉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한글’은 문자인데 언어로 오인(誤認)하여 ‘한글 사전’ 같은 오용(誤用) 사례가 많고, 한국 사람은 한글만 알아도 된다고 오판(誤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통틀어서 ‘한글 삼오(三誤)’라고 합니다. 더 할 말이 많겠지만 시간 관계상 이쯤에서 끝내고 세 번째 주제로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회자 네. 그렇게 하시죠. 자연스럽게 세 번째 주제로 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