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한국어로 오해하고 있다”... 한글학자와 한자학자의 만남(1/6) [조선에듀]
전광진, 권재일, 박남기
기사입력 2022.11.11 12:01

●“한글 참뜻 바로 알고, 바로 쓰자!”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 대담록 大공개... 6회에 걸쳐 소개 예정

“오늘 좌담회 주제는 크게 넷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가 ‘한글의 참뜻을 바로 알고 바로 쓰자’이고요. 두 번째가 ‘한글 오인, 오용 및 오판 사례’입니다. 이 두 가지는 저희들의 기본 상식을 확장하는 의미로 간단하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다음에 세 번째로 ‘한글의 우수성과 한계점에 대해서’ 토의, 토론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글, 바로 알아야 교육이 살고 나라가 산다’, 이렇게 네 주제로 진행하겠습니다”

  • 왼쪽부터 사회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글학자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자학자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조선일보DB
    ▲ 왼쪽부터 사회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글학자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자학자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조선일보DB

    지난 10월 9일, 한글 반포 제576돌 한글날을 기념해 역사적이고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한글학자와 한자학자(漢字學者)가 줌으로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좌담회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한글 바로 알기’를 치면 볼 수 있다(약 90분). 

    좌담회에 참석한 한글학자는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다. 국립국어원 원장과 한글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재단법인 한글학회 이사장으로 있다. 한글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한자학자는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다. 조선일보에 ‘생활한자’ 칼럼을 12년간(1999년~2010년) 3300회에 걸쳐 집필 한 바 있다. 그야말로 한자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한글 세계화 관련 국내 최다(最多) 논문 집필자이기도 하다. 전 교수는 ‘참다운 한글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날 사회를 본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같은 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EBS 교육대토론’의 사회를 본 경력도 있다. 

    이번 한글·한자 토론은 기존의 소모적 논쟁에 머물지 않고 상생적 대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조선에듀는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 주최 측이 제공한 대담록을 6회에 걸쳐 소개한다. 한글과 한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우리나라 어문 교육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부 : 한글의 참뜻 바로 알고, 바로 쓰자!

    사회자: 이번 좌담회는 한글날 제576돌을 기념한 것입니다. 우리 전광진 학장님께서 제안하셨고, 또 우리 권재일 재단법인 한글학회 이사장님께서 흔쾌히 응해주셔서 오늘 ‘한글 바로 알기’ 좌담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먼저 우리 권재일 이사장님 인사 말씀을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이사장님, 본인 소개와 함께 간단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권재일: 예, 저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권재일입니다. 그리고 한글학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재단법인 한글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오늘 귀한 좌담회를 마련해주신 두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회자: 네, 교수님. 고맙습니다. 우리 전광진 학장님 말씀해 주시죠.

    전광진: 예, 안녕하십니까? 오늘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또 사회를 봐주시는 박남기 총장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한글을 사랑하고 또 한자를 애호하는 경향 각지의 유지분들께서 줌과 유튜브 동시 방송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2020년에 성균관대학교를 정년퇴직하고, 요즘은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다 보니 심심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런 뜻깊은 일을 하게 되니 대단히 즐겁고 보람있게 여겨집니다. 존경하는 권재일 교수님께서 귀한 시간을 할애하시어 자리를 함께 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권재일 교수님은 훈민정음학회의 이사 일을 함께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때도 여러 가지를 제가 많이 배웠는데, 오늘 또 큰 가르침과 일깨움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사회자: 네, 고맙습니다. 이 좌담회는 조금은 자유롭게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좌담회 주제는 크게 넷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가 ‘한글의 참뜻을 바로 알고 바로 쓰자’이고요. 두 번째가 ‘한글 오인, 오용 및 오판 사례’입니다. 이 두 가지는 저희들의 기본 상식을 확장하는 의미로 간단하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다음에 세 번째로 ‘한글의 우수성과 한계점에 대해서’ 토의, 토론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글, 바로 알아야 교육이 살고 나라가 산다’, 이렇게 네 주제로 진행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먼저 첫 번째로 ‘한글의 참뜻을 바로 알고 바로 쓰자’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겠습니다. 한글이 무엇인지. 우리말하고 한글하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작을 우리 권재일 이사장님의 말씀을 듣는 거로 할 텐데요. 여러분들 채팅창에 권 이사장님 목소리가 작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지금 기기 상태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권 이사장님 말씀하실 때는 번거로우시겠지만 여러분의 스피커 소리를 좀 올렸다가 그다음에 이사장님 말씀 끝나면 약간 줄여주시고, 이렇게 진행해 주실 것을 부탁을 드립니다. 네, 그러면 이사장님 말씀 청해 듣도록 하겠습니다. 네, 이사장님!

    권재일: 예, 우선 제가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해서 소리가 작게 들려 여러분께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제 말씀은 몇 해 전 있었던 한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몇 해 전,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관광공사 사장으로서 근무한 독일인인 이참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취임하고 나서 관련 기관 간부들하고 같이 회의를 했었는데, 그 자리에서 꽤 지위가 높은 분이 이참 사장에게 물었습니다. “사장 생각에 한글이 우수합니까, 독일어가 더 우수합니까?” 이렇게 물으니까 한참 있다가 이참 사장이 “대답을 못 하겠습니다.”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질문했던 고위 간부가 다시 강하게 대답을 요구하니까, “그러면 제가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만약에 질문이 한글과 독일 글자를 비교하라, 그러면 답을 못합니다. 왜냐하면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고유한 글자이고, 독일어는 글자가 없어서 로마 글자를 빌려서 쓰기 때문에, 독일어에는 글자가 없는데 어떻게 한글과 비교합니까?”라고 했고, “만약에 질문이 한국어와 독일어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수하냐?”라고 물었다면 그것도 또 대답을 못 합니다. 왜냐하면 언어는 그 민족이 가장 쓰기 좋도록 구조화돼 있어 독일어는 독일 민족이 한국어는 한국 민족이 쓰기에 가장 적합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 역시 어느 언어가 더 우수하다고 말을 못 합니다. 그러니까 질문했던 분은 아니, 뭐 똑똑하게 얘기하지 이게 뭐 무슨 얘기냐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위 분들이 한글을 한국어로 오해하고 있다”

    이 이야기가 무슨 말이냐 하면 ‘한국어’와 ‘한글’을 구별을 못 하는 예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민족이 쓰는 말은 ‘한국어’이고 그 한국어를 적는 글자가 ‘한글’인데, 대부분, 대부분 아니고 상당히 많은 수가, 우리말을 가리킬 때 한글이라는 표현을 써서, ‘한글=한국어’,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해서 쓰는 일이 있습니다. 정말 오늘 이 좌담회에서, 적어도 여기 오신 분들은 안 그러시겠지만, 주위 분들이 한글을 한국어로 오해하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한국어는 우리말의 이름이고. 한글은 그 한국어를 적는 글자의 이름이라고 하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자: 아, 네. 이사장님, 고맙습니다. 지금 그러면 혹시 전광진 학장님 추가로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전광진: 예! 이사장님께서 잘 말씀해 주셨듯이 한글을 한국어로 오인하여 한글이란 단어를 오용 사례가 의외로 참 많습니다. 한글학회 이사장님께서 귀한 자리에 나와 주셨으니까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권재일: 예.

    전광진: 한글학회의 영어 명칭이 뭐죠? 이사장님!

    권재일: The Korean Language Society입니다.

    전광진: Korean Language Society라면 ‘한글’을 ‘Korean Language’로 옮긴 셈이군요. 바로 이 때문에 한글학회가 한글을 한국어로 오인하게 하는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한글학회 이사장님의 고견은 어떠하신지요? 그것이 오해라면 오해를 불식시킬 좋은 기회일 것 같습니다. 

    “‘조선어학회’가 ‘한글학회’로 바뀐 것이지요!”

    권재일: 예, 한글학회 역사를 잠깐 살펴보면 1908년, 지금부터 114년 전이지요. 그때 만들어진 ‘국어연구학회’에 뿌리를 두고 있지요.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어학회’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조선어학회’라는 이름을 1949년까지 쓰다가, 그때는 북에서는 조선이라는 말을 쓰고 우리는 대한민국, 한국이라는 말을 씀으로써, 그해 열린 회원총회에서 학회 이름을 조선어학회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국어연구회, 국어학회, 우리말학회, 한글학회, 한글갈모임, 대한국어학회, 대한어학회, 한국어학회’ 등의 이름이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최현배 선생은 ‘대한어학회’를 제시했고 이희승 선생은 ‘국어연구회’를 제시했지요. 그러나 당시 학회에는 국어학자뿐만 아니라 민족지도자들도 참여하였는데, 민족지도자들은 민족혼을 불어넣는 ‘한글’이라는 말을 지지하여, 끝내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자 표결에 부쳤는데, ‘한글학회’가 다수표를 얻게 되어, ‘조선어학회’가 ‘한글학회’로 바뀐 것이지요. 그러나 영어 이름은 본래 대로 The Korean Language Society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학회 이름을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써오던 이름을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하여, 비록 그런 한계가 있지만, ‘한글학회’라는 이름을 지금까지 쓰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자: 아, 그러니까 지금 우리 전광진 학장님 말씀은 한글학회라고 해놓고 영어 명칭을 Korean Language 이러니까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혹시 영어 이름이라도 예를 들면 Korean Alphabet 아니면 그냥 말 그대로 Hangeul Society, 이렇게 하는 게 타당하지 않으냐 이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전광진: 이사장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 투표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군요. ‘진리는 다수에 의해서 결정되지 아니한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부득이하게 다수결로 결정하다 보니 그런 문제가 야기되었군요. 전후 상황은 이해가 됩니다. 문제의 소지를 한글학회 측에서도 익히 알고 계시는군요. 그다음 문제로 넘어가지요. 한글날만 되면 한글과 관련 있는 행사, 한글 보급과 관계있는 일을 해야 할 텐데, 한글과 무관한 일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 관련 일들을 많이 하고, 특히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을 표창하는 사례도 흔한 것 같습니다. 한글날에 한글과 무관한 행사를 많이 하는 것에 이사장님의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사회자: 아, 네.

    전광진: 권재일 이사장님께서는 국립국어원 원장도 지내신 국어 전문가이시니까 경청할 고견이 많을 것 같습니다. 

    권재일: 예,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은 별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글자 창제를 기념하는 날이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지요. 왜냐하면 고유한 글자를 가진 민족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요. 언어를 기념하는 나라는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언어를 기념하는 것, 글자를 기념하는 것 가운데 우리는 한글 창제가 워낙 훌륭한 역사이기 때문에 글자를 기념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글자를 기념하는 날을 계기로 해서 글자에만 한정하지 말고 우리말, 우리 문화까지를 함께 기념하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그래서 10월을 우리가 문화의 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 문화의 달이 10월인 것은 바로 한글날이 10월에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비록 한글날이 글자 창제를 기념하는 날이지만 한글날에는 글자에 대한 기념뿐만 아니라, 그 글자가 표기하는 우리 한국어에 대한 기념, 더 나아가서 우리 민족 문화에 대한 기념까지를 다룬다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과거에 제가 국립국어원 원장을 했을 때 이 문제를 제기한 민원이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민원을 제기했느냐 하면 한글 서예를 하거나 한글 디자인을 하거나 한글 상품을 만드는 분들인데, 정부에서 한글날 공로 표창을 하는데 이런 분들이 상을 받아야지 왜 국어를 사랑하거나 연구하거나 교육하는 분들도 표창하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지금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한글날은 글자, ‘한글’만을 우리가 높여 기념할 것이 아니라 그 한글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 우리의 언어, 문화를 함께 기념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저는 한글날을 글자의 날로만 보기보다는 그 글자와 그 글자가 표현하는 언어, 더 나아가서는 문화까지를 함께 아우르는 축제가 된다면 훨씬 더 가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네, 고맙습니다. 전 교수님 어떻게 답이 되셨을까요.

    전광진: 예! 알겠습니다. 이론(異論)을 제기해봐도 큰 의미가 없고 아까운 시간만 허비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참 잘 가네요. 그렇죠?

    사회자: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평소에 궁금하게 여겼던 것을 여쭈어보겠습니다. 원래 세종대왕께서는 ‘훈민정음’이라 했는데,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꾸었는지요? 요새는 훈민정음이란 말은 잘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가상스튜디오 로고에 보면 한글날 포스터에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한글하고 훈민정음의 관계를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권재일: 잘 아시다시피 1443년에 만들고 1446년에 반포했을 때 이름은 ‘훈민정음’이었지요. 그러던 것이 고종 임금이 1894년에 처음으로 이 글자의 공식 명칭을 ‘국문’이라 했습니다. 나라의 글자라는 뜻으로 국문이라 하고, 그래서 1894년부터는 국문, 즉 한글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하면 한문 번역문, 또는 국한문 혼용으로 쓰도록 고종 임금이 선포했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국문이라는 이름으로 썼는데, 그 무렵에서 20세기 초에 간간이 한글이라는 말이 문헌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한글의 ‘한’은 다들 아시다시피 순우리말 어휘로서 ‘크다, 많다’라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한글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공식적으로 쓰인 것은 기록에 따르면 1913년에 ‘한글모’에서입니다. 그러니까 국어연구학회가 1908년에 세워졌던 때의 이름인데, 그 뒤에 일본이 합방하고 나서 국어, 국문은 일본말, 일본글자가 되니까, 우리말과 우리글을 국어, 국문으로 쓰지 못하게 되어 학회 이름을 ‘한글모’로 바꾼 것이지요. ‘모’는 모임이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 이듬해 강습소 이름도 ‘한글배곧’이라 고쳐 한글이라는 말을 또 썼지요. 그러고 나서 학회는 1926년에 글자 창제 기념일을 제정했지요. 그때 처음 이름은 ‘가갸날’이라고 했지요. ‘가, 갸, 거, 겨’ 할 때 ‘가갸’. 그러다가 1928년에 드디어 ‘한글날’로 이름을 고치게 되어 한글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되고 백성들이 널리 쓰기 시작했지요. 그런 가운데 1927년에는 ‘한글’이라는 동인지가 나오게 되고 1932년에 학술지 ‘한글’이 창간됩니다. 그리고 1933년에 ‘한글맞춤법통일안’이 나왔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보편적으로 우리 글자 이름을 ‘한글’이라고 사용하게 된 것이지요. 

    “훈민정음과 한글은 기본적으로 같은 문자 체계”

    그런데 훈민정음과 한글은 기본적으로 같은 문자 체계라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엄격하게 말하면, 훈민정음은 세종대왕 당시 창제했던 28자로 구성된 문자 체계이고, 한글은 현대에 와서 음가가 사라진 글자를 없앤 24자로 구성된 문자 체계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두 가지는 같은 대상을 가리키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훈민정음은 세종대왕 때의 문자 체계, 한글은 현대 맞춤법에 입각한 문자 체계, 이렇게 구분해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회자: 아! 예! 이사장님.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니까 저 같은 일반인들도 그 뜻을 명확하게 알고 변천 역사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혹시 우리 전광진 학장님 추가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질문이나?

    전광진: 예! 제 소견은 조금 있다가 요약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