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을 믿는 자는 창성하고 힘을 믿는 자는 멸망한다” [전광진의 한자와 명언][조선에듀]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속뜻사전 편저자
기사입력 2022.10.20 10:23

●死角, 普通, 樹立, 本質, 昨日


  • 死 角
    *죽을 사(歹-6, 6급) 
    *뿔 각(角-7, 6급)

    사노라면 누구나 믿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무엇을 믿으면 괜찮지만 무엇을 믿으면 안 된다. 무엇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死角’이란 한자어의 속뜻을 알아본 다음에.
      
    死자의 歹(부서진 뼈 알)은 ‘죽은 사람’을 상징하고, 匕(비수 비)는 그 앞에서 절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크게 변화된 것이다. 죽다, 즉 ‘생명의 종결’(death)을 의미하며 生(살 생)의 반대말이다. ‘죽다’(die) ‘죽이다’(kill) ‘망하다’(perish)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角자는 ‘뿔’(a horn)을 뜻하기 위해서 짐승의 뿔 모양을 본뜬 것이다. 뿔은 모가 졌기에, ‘모서리’(an edge)도 이것으로 나타냈고, 뿔은 짐승의 싸움 수단이었기에 ‘겨루다’(fight)는 뜻으로도 쓰인다. 
     
    死角(사:각)은 ‘어느 쪽에서도 보이지 않는[死] 범위나 각도(角度)’를 이른다. 군사 용어로는 ‘총포의 사계(射界) 안에서 탄환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를 이르며, 확대되어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를 말하기도 한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음에 인용한 명언도 좋은 답을 될 것 같다. 사마천의 ‘사기’ 상군열전에 인용된 고어(古語)이다. 그 옛말이 나이가 2천 살이 훨씬 넘는 장수 명언이 됐다. 
     
    “덕을 믿는 자는 창성하고 
     힘을 믿는 자는 멸망한다.”
      恃德者昌, 시덕자창 
      恃力者亡. 시력자망
       - ‘史記’
      *恃: 믿을 시

    *추신: He who relies on virtue will thrive and he who relies on force will perish. 누군가 이렇게 영어로 맛깔나게 번역한 게 있어 옮겨 보았다. 



    普 通
    *널리 보(日-12, 4급) 
    *통할 통(辶-11, 6급)

    무슨 사고든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고다. 몸에 진귀한 보물을 지닌 사람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알아둘 명언이 없을까? 먼저 ‘普通’이란 한자어의 속뜻을 알아본 다음에 명답을 찾아보자!
     
    普자는 竝(아우를 병)의 축약형과 日(해 일)이 합쳐진 것이다. 햇살은 누구에게나 두루두루, 그리고 널리 비친다. 그래서인지 ‘두루’(all over; all round) ‘널리’(widely) 같은 의미를 그렇게 나타냈다.

    通자는 ‘(길이 서로) 통하다’(lead into)는 뜻이었으니 ‘길갈 착’(辶=辵)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甬(용)이 발음요소임은 痛(아플 통)도 마찬가지다. 후에 ‘미치다’(come up to) ‘왕래’(come-and-go) ‘모두’(all) 등을 뜻하는 것으로도 쓰였다.

    普通은 ‘널리[普] 통(通)함’이 속뜻인데,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함’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라 정의하기도 한다. 속뜻을 알아야 정의(定意)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이 될만한 명언을 찾아보았다. ‘전국책’의 조책(趙策) 2편에 인용된 옛말[古語]이다. 옛날에도 요즘처럼 옛말을 좋아하였나 보다. 

    “진귀한 보물을 가진 자는 
     밤중에 다니면 아니 된다.”
      懷重寶者, 회중보자
      不以夜行. 불이야행
       - ‘戰國策’



    樹 立
    *나무 수(木-16, 6급) 
    *설 립(立-5, 7급)

    인생만사가 술술 잘 풀리면 오죽 좋으랴! 술술 풀리기는커녕 뱅뱅 꼬이기 일쑤다. 자기가 높이 올라가고, 자기 일이 잘되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일반 국어사전에서 ‘국가나 정부, 제도, 계획 등 추상적인 것을 세움’이라 풀이한 ‘樹立’이란 한자어의 속뜻을 풀이해본 다음에 관련 명언 명답을 찾아보자.

    樹자는 뿌리가 깊고 많은 식물, 즉 ‘나무’(tree)의 총칭이다. 나무를 심는 모습을 그린 尌(세울 주)가 본래 글자였는데, 후에 ‘나무 목’(木)이 추가되어 그 뜻을 더욱 분명하게 나타냈다. ‘심다’(plant trees) ‘세우다’(set up) ‘기르다’(cultivate)는 뜻으로도 쓰인다.  

    立자는 ‘서다’(stand)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땅바닥[一] 위에 어른[大]이 떡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두 발로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가는 병원을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樹立은 ‘나무[樹]를 세움[立]’이 속뜻임을 알면 일반 국어사전이 왜 그렇게 정의하였는지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속뜻풀이, 속뜻사전은 국어사전의 미비점을 채워준다.

    맨 앞 문제에 대한 고민은 다음 공자 명언이 해결해 줄 것이다. ‘논어’ 제6옹야편 28장에 나오는 말이다. 혼자만 잘 되려고 하면 자기도 잘 안되는 수가 있음을 알아야겠다. 요즘 기업 경영에서 필요한 윈윈(win-win)전략을 자기 경영에도 도입하면 좋을듯!

    “자기가 올라서자면 
     남도 올려세워야 하고, 
     자기가 잘 되자면 
     남도 잘되게 해야 한다.”
      己欲立而立人,
      기욕립이립인 
      己欲達而達人.
      기욕달이달인 
       - ‘論語’



    本 質
    *뿌리 본(木-5, 6급) 
    *바탕 질(貝-15, 5급)

    마음을 항상 평온하게 가지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비법을 아는 데 도움이 될만한 명언이 없을까? 먼저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다’의 ‘本質’에 대해 알아본 다음에 명답을 찾아보자. 

    本자는 ‘나무 목’(木)과 ‘一’이 합쳐진 것이다. 여기에서 ‘一’은 ‘하나’를 뜻하는 글자가 아니라, 나무 뿌리의 위치를 가리키는 부호에 불과한 것이다. ‘나무 뿌리’(the root of a tree)가 본래 의미인데, ‘책’(a book) ‘문서’(a document) ‘밑천’(capital)등으로도 쓰인다. 

    質자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증거로 잡혀두는 물건, 즉 ‘볼모’(a pledge)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돈 패’(貝)와 ‘도끼 근’(斤)은 저당물로 잡힌 물건들인 셈이다. 후에 ‘모양’(shape) ‘바탕’(nature) ‘묻다’(ask)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本質은 ‘가장 근본적(根本的)인 성질(性質)’을 이른다. 근본을 바르게 하면 만사가 순리대로 잘 풀린다. 지엽적인 문제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명답은 다음 명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회남자’란 책의 제속훈(齊俗訓) 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8자밖에 되지 않으니 몽땅 외워 두는 것도 어렵지 않다.

    “사람의 심성은 평온하려 하나
     기호와 욕심이 그것을 해친다.”
      人性欲平, 인성욕평
      嗜欲害之. 기욕해지
       - ‘淮南子’



    昨 日
    *어제 작(日-9, 6급) 
    *날 일(日-4, 8급)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고 남의 마음을 몰라도 될까? 어쨌든 그것을 알아야 얽히고설킨 세상만사를 잘 풀어나갈 수 있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비법은 뭘까? 먼저 ‘昨日’이란 두 글자를 익힌 다음에 찾아보자.

    昨자는 ‘어제’(yesterday)란 뜻을 위해서 고안된 것이니, ‘날 일’(日)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乍(잠깐 사/작)가 발음요소임은 作(지을 작)과 炸(터질 작)도 마찬가지다. 후에 ‘지난’(last)이란 뜻으로도 확대 사용됐다. 

    日자는 ‘해’(the sun)를 나타내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 해는 달과는 달리 늘 동그랗기에 둥근 원형을 그리고 그 안에 점을 하나 찍어 놓은 모양()으로 나타냈다. 후에 ‘해’라는 본래 의미 말고도, ‘낮’(daytime) ‘하루’(one day)라는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확대 사용됐다.

    昨日은 ‘어제[昨]의 날[日]’, 즉 ‘어제’를 이른다. 어제는 어차피 지난 날이니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에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맨 앞의 문제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 남송 때 대학자 주자(1130-1200)가 ‘사서집주’(四書集注) 중용(中庸) 13장에서 한 말이다. 

    “자기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라.”
      以己之心, 이기지심
      度人之心. 탁인지심
        - 朱熹
      *度: 법도 도, 헤아릴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