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경찰관의 '요즘자녀學']인터넷에서 마약을 사고파는 아이들
기사입력 2022.04.20 09:22
  • 2015년 독일의 한 가정집에서 ‘막시밀리안 슈미트’라는 19살 한 소년이 무장 경찰들에게 체포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가 체포된 이유는 인터넷에서 마약을 판매한 혐의였고, 놀랍게도 17살 때부터 인터넷에서 웹사이트를 만들어 14개월 동안 구매자들에게 1t이 넘는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었죠. 또, 체포 당시 막시밀리안의 방에는 총 350kg이 넘는 어마어마한 마약이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범죄 수익만 50억이 넘는 독일 미성년자 범죄 중 ‘역대급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언론을 통해 확인된 막시밀리안은 평범한 소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 막시밀리안에게는 어떤 범죄 경력도 발견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또한 막시밀리안을 두고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범죄자’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죠. 마약 범죄에서 대부분은 특정한 장소를 구해 마약을 판매하는데 막시밀리안은 달랐던 겁니다. 막시밀리안의 변호사는 소년은 내성적인 성격이고, 그 나이 또래에 흔히 사귀는 여자 친구 한 명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막시밀리안은 수사 과정에서 “마약 자체가 그냥 흥미로웠고, 게임처럼 즐기듯이 사람들에게 마약을 판매했을 뿐이다”라고 말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막시밀리안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할 건, 요즘 아이들이 지닌 ‘범죄의 평범성’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이들과 관련한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폭력’을 통해 10대 아이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폭력과 범죄를 얼마나 평범하게 인식하는지를 여러 번 목격한 바 있죠. 이번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당시 독일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막시밀리안이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된 건, 인터넷 공간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익명의 사람들과 대화하다 ‘실크로드’라는 마약 도매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검색 사이트를 통해 마약 정보를 검색하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막시밀리안에게 인터넷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사회 기능이 디지털로 조립된 지금, 디지털에 최적화된 그에게는 오히려 쉬웠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지닌 디지털 기술력이나 학습력을 생각하면 다크웹을 이용했다고 해서 딱히 막시밀리안이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막시밀리안은 ‘젤리’ 같은 과자 속에 마약을 포장해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재밌는 스티커와 피드백까지 꼼꼼히 챙겼습니다. 놀라웠던 건, 50억이나 넘는 수익금을 왜 쓰지 않고 비트코인 지갑에 보관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막시밀리안 사건은 단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이번 글의 핵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마약사범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수년간 국내 10대 마약사범이 증가했다는 경찰청 통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죠. 지금까지 10대 마약사범들이 구매했던 마약류는 주로 ‘대마초’였습니다. 다른 마약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담배와 비슷해서 일상에서 들킬 위험도 없는 데다 중독성도 약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마약의 심각성을 알린 건, 지난해 한 지역에서 청소년 40여 명이 ‘펜타닐 패치’라는 암 환자의 진통제를 다량으로 구매해 복용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었습니다. 일찍이 ‘펜타닐 패치’ 약품은 진통을 억제하는 효과가 헤로인의 100배가 넘는다고 하여 미국에서도 청소년들의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약품인데,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서 ‘펜타닐’이 마약 대용으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심지어 검거된 아이 중에는 학교 화장실에서 ‘펜타닐’을 흡입한 사실이 알려져 학교는 물론 부모들까지 할 말을 잃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펜타닐 패치를 구입한 경로는 더 놀라웠습니다. 아이들이 의사에게 “허리가 심하게 아프니 펜타닐을 처방해주세요”라고 말하면 손쉽게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을 수 있었고, 놀랍게도 의료보험 미적용 약품에 대해서는 약국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사전 정보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사들인 ‘펜타닐 패치’를 인터넷에서 판매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동네 병원들 사이에서 10대 아이들의 ‘펜타닐 패치’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국 의원급 병원 단위에서 10대 아이들이 ‘펜타닐 패치’ 처방받은 사례가 2019년에 비해 약 300배 가까이 증가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도 10대의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가 해마다 1천 건을 웃돈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1년 사이에 10대 아이들의 암 유병률이 300배 가까이 증가했을 리는 없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을 위협하는 대형 범죄 항목에 ‘디지털 성범죄’와 ‘사이버 도박’에 이어 ‘마약’까지 포함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돼 안타깝습니다. 일단, 드러난 ‘펜타닐 패치’ 문제만 보더라도 당장 대책이 시급합니다. 병원과 약국의 처방전 발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하고요. 식약처와 자치단체 단위에서 ‘펜타닐 패치’ 처방에 대해 강도 높은 점검이 필요하고 또, 학교와 경찰도 아이들의 마약 복용 징후와 정보를 찾도록 힘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마약의 전염성과 인터넷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한 동네가 순식간에 잠식될 수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게다가 이 순간에도 소셜미디어에서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인 ‘작대기’, ‘아이스’, ‘크리스털’ 등을 입력하면 손쉽게 마약 판매상의 연락처까지 검색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요.

    무엇보다 부모님의 한숨이 더 깊어졌습니다. 부모가 구조적으로는 아이들의 마약 노출을 막기 힘들더라도 기능적으로는 가정에서 교육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이 “에이, 우리 아이가 마약 같은 말도 안 되는 약품을 사용한다고요?”라고 화들짝 놀라시겠지만, 우리 아이가 인터넷 공간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 수 없다면 어떤 부모도 알 길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는 앞서 막시밀리안을 통해 단순히 아이의 흥미가 거대한 마약상을 만들 수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더구나 ‘펜타닐’을 경험한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몰래 경험했다”라고 말하고, 펜타닐 중독성을 가리켜 ‘여태껏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옥’이라고 했으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아이에게서 마약 징후가 보인다면,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반드시 경찰에 신고를 해주셔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막시밀리안은 2015년 당시 법원으로부터 소년법을 적용받아 징역 7년 형을 받았습니다. 이후 4년 7개월을 복역하고 가석방 조건으로 2019년 출소했죠. 하지만 막시밀리안은 2년도 채 못가 지난 2월, 공범 4명과 함께 다시 기소됐습니다. 다행히 이번 마약 거래는 총 20kg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문제는 막시밀리안이 더 이상 ‘소년’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는 몇 달 후면 최소 10년 이상의 형벌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렇듯 평범했던 한 아이가 거대한 마약상이 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현재 아이들에게 ‘마약’은 판매하는 것도 문제지만 복용은 더 큰 문제라는 걸 꼭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