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개선될까…피해자 가족 “실습 빙자한 노동착취 멈춰야”
이영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2.01.11 13:37

-을지로위원회,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간담회 개최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안전한 취업환경 조성 논의

  • 11일 국회 본청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피해학생 가족들은 '실습생을 위한 안전한 취업환경 조성'을 건의했다./이영규 기자
    ▲ 11일 국회 본청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피해학생 가족들은 '실습생을 위한 안전한 취업환경 조성'을 건의했다./이영규 기자
    “현장 내 미흡한 안전제도로 실습생이 피해를 입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실습생 사망사례는 계속 나올 겁니다.”(현장실습 피해 학생 아버지)

    11일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가 국회 본청에서 연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간담회’에서 현장실습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현장실습피해자 가족 등이 모여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와 안전한 일자리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그간 현장실습에 나선 직업계고 학생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사업주의 무리한 노동 요구와 미흡한 안전조치 등이 주 원인이다. 지난 2017년 이민호군이 제주 한 생수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고로 숨지거나, 지난해 10월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정운군이 잠수 작업 중 목숨을 잃은 사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비극이 나올 때마다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사고는 반복됐다. 간담회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은 “현장실습생의 고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상영(이민호군 아버지)씨는 “항상 산업현장에는 위험이 도사리지만 실습생을 위한 안전제도는 어디에도 없다”며 “정작 사고가 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빠 현장 수습은 늘 뒷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학생들의 안전보다 연말에 발표하는 취업률·고용률에만 집중하니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저임금 단순노동의 실습 대신 올바른 직업교육이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1일 국회 본청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피해학생 가족들은 '실습생을 위한 안전한 취업환경 조성'을 건의했다./이영규 기자
    ▲ 11일 국회 본청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피해학생 가족들은 '실습생을 위한 안전한 취업환경 조성'을 건의했다./이영규 기자
    이날 현장에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직업계고교육정상화추진위원회는 실습생의 학습권과 직업 선택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규학 집행위원장은 “현장실습을 10월부터 많이 나가기 때문에, 11월까지는 기업체 취업 활동을 제한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12월부터는 ‘고졸 취업준비 기간’으로 정해 수업은 진행하되 면접·시험과 같은 취업준비를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취업이 확정된 학생의 경우 겨울방학 기간 해당 업체의 사전교육을 듣고 졸업 후 취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업계고의 교과과정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성남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대부분 직업교육·실습에 필요한 수업은 있지만 실습에만 강조한 나머지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수업 비중을 더욱 늘려 실습에 나가기 전 학생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성준 을지로위원장은 “현장실습이 교육의 목적은 사라지고 저임금 노동력 대체로 전락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교육청·교육부와 논의해 현실 가능한 개선방안을 논의해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게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lyk12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