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이송 시간 14분 38초→11분 27초…환자 영상 확인한 의료진, 도착 전 치료 준비 마쳐
신영경 에듀&테크 기자
기사입력 2021.11.22 08:00
  • “심정지 환자입니다. 요양보호사와 계단을 오르다 쓰러졌습니다. CPR(심폐소생술) 시행합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AI 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정보를 확인한 뒤 응급 처치한 사례다. 1분 1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에서는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5G 기반의 AI 응급의료시스템이 실제 응급 현장에 도입됐다.

    5G 기반 AI 응급의료시스템 구축

    5G 기반 AI 응급의료시스템은 서울 서북 3구(서대문·마포·은평)와 경기 고양시에서 119 구급차 36대와 응급의료기관 9곳에 구축돼 지난 5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AI 응급의료시스템은 연세대학교 의료원(연세의료원)과 20개 기관이 협력해 개발한 서비스다.

    앞서 정부는 응급 환자 발생부터 치료까지 일관된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해왔다. 3년간 설계와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에 돌입한 사업이다. 시스템 개발을 위해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정부 예산 180억원과 민간 48억원 등 228억원이 투입됐다.

    이 서비스는 현재 선도 지역으로 선정된 서울 서북 3구와 고양시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실증을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효용성을 검증해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서북 3구 실증 경과에 따르면, 지난 7~8월 서북 3구의 환자 이송 시간은 평균 14분 38초, AI 응급의료시스템을 사용했을 땐 11분 27초로 단축됐다. 발열 호흡기 증상 환자의 경우 이송 시간이 평균 18분 22초에서 12분 13초로 빠르게 줄었다.

    AI 응급의료시스템은 기존 응급의료 체계의 기술적(응급 환자 데이터 송수신)·시간적(골든타임)·공간적(구급차 내 응급 처치)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시스템의 구성은 이렇다. 구급 단계에서는 태플릿PC와 골전도 마이크, IP 카메라 2대, 5G 라우터 및 VPN 라우터 등을 통해 구급 차량에 환자 정보를 수집하고, 최적 이송 경로를 안내를 돕는다. 병원 단계에서는 ER Kiosk와 5G 라우터가 필요하다.

    구급차 내 상황은 이송 병원에 실시간 영상으로 전송된다. 구급차 안에 설치된 카메라 두 대가 수집한 환자의 상태와 생체 데이터 영상이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응급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치료 준비를 미리 마칠 수 있게 된다.

    응급 상황 의료정보시스템 ‘라이프태그’에서 AI 시스템으로

    특히 이 시스템은 박은정 심혈관연구소 교수, 김지훈 응급의학과 교수 등이 함께 개발한 ‘스마트 응급의료서비스’와 ‘라이프태그’ 사업의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라이프태그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정보를 공유하는 의료 정보 시스템. 응급 상황의 초기와 마무리를 담당하며, 응급의료시스템의 활성화를 돕는다.

    팔찌와 목걸이 등 형태로 제작된 라이프태그에는 근거리 무선통신기술(NFC) 칩이 내장돼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주요 질병은 물론 과거 진료 병원에서의 진료 기록 등 환자의 다양한 의료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돕는다.

    라이프태그를 이용할 경우, NFC 태깅 혹은 QR코드로부터 119 신고와 환자 정보, 위치 정보 전달이 가능해 응급 상황에서 적절한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이송 병원과의 정보 교류도 가능해져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독거 노인이나 고혈압, 당뇨병, 신장병 등의 환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AI 응급의료시스템 개발사업단은 실증 현장에서 나온 구급대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시스템 운영 방안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선도 지역 운영 결과, 구급대원들은 현장에 AI 응급의료시스템을 도입, 운영하는 과정에서 태블릿을 2대 이상 활용해야 하는 점을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이에 사업단은 향후 구급대원들이 활용하는 태블릿과 AI 응급의료시스템을 일원화하는 방안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의료기관도 정확한 정보로 구급대와 연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또 AI 응급의료시스템은 인공지능 기반으로 개발된 서비스지만, 현장에서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구급대 및 의료기관 사용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사업단은 “주요 정부 기관과 지자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많은 인력들이 현장에 배치돼 시스템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응급의료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실증을 마치게 되면, 현재 의료 체계를 한층 더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가 전국 단위로 확산되면 지역 간 응급 환자의 사망률 격차를 해소하는 공공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y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