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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서강대 등과 지역거점 국립대 중 일부가 올해부터 자기소개서 제출을 폐지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내야 하는 대학들은 여전히 많다. 수험생들의 대입 자기소개서 부담은 자수가 감소한 지금도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빡빡한 분량 안에 자신만의 특징을 담아내야 하는 걱정거리가 추가되었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호에는 대입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공통문항 1번의 사례와 쓰기 요령을 정리했다. 1번 문항은 진로를 위한 노력을 전제로 하면서 의미 있는 학습경험과 교내활동을 적는 것이다. 쓸 만한 소재 발굴을 위해서는 먼저 학생부의 교과세부능력 특기사항(이하 세특) 중 계열 적합성 등을 고려하여 관련 과목 세특을 꼼꼼히 보기를 권한다. 예를 들어 자연계를 지망한다면 수학이나 과학 등의 과목이 될 것이다.
아래는 1번 문항 작성을 위한 자소서의 실제 사례다.
# 수학 과목의 세특 활용
수학 수업에서 지수와 로그의 개념에 대하여 학습하던 중 선생님께서 재미삼아 그려주신 지수, 로그함수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흔히 봐온 증가하는 다항함수는 치역이 실수 전체이지만, 밑이 0보다 큰 지수함수는 양의 실수를 치역으로 가지기 때문입니다. 밑에 따라 함수의 개형이 어떻게 바뀌는 지도 궁금했던 저는 00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함수를 관찰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밑의 특정 범위에서 지수함수와 로그함수가 교점을 3개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했던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와서 놀란 저는 그 이유를 밝혀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2학년 때까지 이 고민을 잊지 않았던 저는 미적분 수업시간에 지수로그함수에 대한 개념을 배운 뒤, 밤낮에 걸친 고민 끝에 지수함수와 로그함수의 역함수 관계를 이용하여 y=x와 함수의 교점인 한 점과 y=x에 대하여 대칭인 두 점에서 만날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수식을 통한 증명을 해내었습니다. -중략- 증명을 하면서 알게 된 즐거움 덕분에 수학공부가 더욱 좋아졌고, 모든 학기 수학 1등급이라는 좋은 성적을 얻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 교내 학술제 수상과 과학 세특의 연결점 잇기
2학년 때 00탐구학술제 참가로 팀을 이뤄 청소년기 고민거리 중 하나인 여드름에 관한 탐구와 실험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여드름이 피부상피 상재균의 증식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여드름이 난 친구들을 찾아 여드름을 짜서 검체를 얻는 시작 과정부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동배지를 미리 구해 바로 검사실로 운반했고, 주말을 이용해 미생물검사실에서 배지에 균을 심고 배양하여 자란 균을 그람 염색 및 현미경 관찰, 동정했습니다. 녹차 추출물과 티트리 오일이 여드름 원인균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정보를 수집, 그 성분들을 배지에 심어 균배양이 실제로 억제되는지 관찰하였습니다. 실험을 통하여 과학적인 연구에는 창의적인 발상과 실험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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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에 따라서는 균이 증식되지 않기도 하는 등 예상외의 결과들을 만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잘못된 과정을 찾아내어 교정하는 경험을 통해서 실험을 반복하는 끈기가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생명과학 수업에서 시작된 과제 모임은 1학기 초부터 시작하여 2학기 중간고사이후 실험을 마칠 때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생명과학 연구 활동에 더욱 재미를 붙일 수 있었고, 탐구활동 과정의 자료와 결과를 엮어 ‘여드름에 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00탐구 학술제에서 수상하는 보람을 얻었습니다.
교과 세특을 자소서에 담아내다 보면 세특 내용을 혹시 반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특은 자소서를 풀어내는 실마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학생부 기록도 자수 제한이 있으므로, 학생부에 다 기록되지 않는 과정들을 기억에서 끌어내어 자세하게 기록한 후, 그 중 가장 적합한 소재를 구체화하는 것이 자소서 1번 문항 작성의 핵심이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대입 자소서 시작, ‘세특에서 황금 소재 발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