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문해력, 학업 성취도 향상의 열쇠
이상준 리딩엠 역삼교육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1.08.04 18:30
  • 이상준 리딩엠 역삼교육센터 원장./리딩엠 제공
    ▲ 이상준 리딩엠 역삼교육센터 원장./리딩엠 제공
    지난 3월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에서 고등학교 2학년 사회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 모습을 인상깊게 본 적이 있다.

    수업을 맡은 교사가 영화 ‘기생충’을 소개하기에 앞서, 제작 초기 그 영화의 ‘가제’가 원래는 ‘데칼코마니’였다고 설명하자 학생들이 하나같이 어리둥절해 했다. 교사가 ‘가제’라는 단어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묻자 교실 한 편에서 “랍스터”라는 대답이 나왔다. 단어의 맞춤법도, 의미도 전혀 모르고 있는 학생들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수업이 계속 진행되는데, 교사가 설명 중에 언급한 ‘양분’, ‘위화감’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학생들의 대답만 이어졌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사고하며 정의하고 비판하는 능력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문해력은 모든 교과목 학습의 토대이자 뿌리가 되는 동시에 학업 성취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수많은 학생들이 어휘력 부진 현상을 겪고 있다. 또한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긴 글 읽기를 꺼려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학교 전반에 만연해 있다. 실제로 OECD가 3년에 한 번씩 조사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읽기 영역 부진 학생의 비율은 지난 2000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등교 일수 축소로 인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한 상황이다.

    문해력 향상의 지름길은 어휘력 학습이다.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에서 교사는 수업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어려운 어휘의 의미부터 학습한 후 수업 진도를 나가자, 그 결과 학생들의 경우 수업에 대한 집중도와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향상된다.

    쉽게 말해 단어의 뜻을 알면 수업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학습 자신감 향상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바로 학생들이 느끼는 학습 흥미도와도 직결된다.

    그렇다면 어휘력을 높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각 교과목 학습에 필요한 ‘학습도구어’들의 의미를 먼저 익히고, 그 단어를 넣은 문장 만들기를 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단어의 의미를 체득할 수 있다. 또한 유의어나 반의어를 학습하는 방법도 어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쉽고 중요한 단어일수록 유의어가 많다. 가장 많은 유의어를 가진 단어로 ‘생각’을 꼽을 수 있는데 그것의 유의어가 견해, 관심, 배려, 그리움, 분별, 사고 등 무려 110개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생각이라는 단어를 학습할 때에 단순히 그 의미만 짚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유의어나 반의어 학습을 통해 의미 추론과 확장의 과정을 거치며 어휘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교과목 학습에 활용하면 학업 성취도는 자연스레 향상된다.

    문해력 향상의 두 번째 방법은 올바른 독서 습관 형성이다. 문해력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독서는 의무가 아닌 놀이여야 한다. 스스로 흥미롭다고 느끼는 놀이는 반복되고 지속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독서의 주도권을 어른이 아닌 학생이 쥐어야 한다. 스스로 신나는 독서와 자발적인 독서 환경이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할 어른들의 독서 지도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학년이나 연령에 맞춘 지도 방식이 아닌 학생들의 관심사나 흥미도, 성향, 문해력 수준에 맞춘 개별 지도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폭넓은 이해력과 사고력을 갖추게 되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전 과목 학업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최근 대기업들이 주요 대학 국어교육과에 신입사원의 문해력 교육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보니, 글을 읽고 이해하며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해서 보고서 작성도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문해력에 관한 OECD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문해력 등급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연봉은 2.7배, 취업률은 2.2배, 심지어 건강 수준도 2배의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문해력은 학창 시절에 한정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기나긴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에 있어 문해력이 강력한 무기 혹은 뼈아픈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래 디지털 사회의 모습은 예측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그 양상은 복잡할 거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어휘 학습과 독서 활동을 통해 형성된 문해력은 언제나 개인의 삶을 뒷받침할 무한한 잠재 능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문해력이 곧, 블루오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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