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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IT 개발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전반에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덩달아 코딩 교육 시장도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코딩 캠프는 모집 공고를 띄우면 금세 마감되기 일쑤고 문과 출신 구직자들도 앞다퉈 교육기관으로 향한다.
높아진 관심만큼 국내 코딩 교육의 상황은 이전보다 나아졌을까. 지난 20일 코딩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IT, 교육업계 수장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들어봤다. 김인숙 유니티 코리아 대표와 이충국 씨엠에스에듀 대표다. 두 회사는 최근 많은 글로벌 IT 기업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을 코딩 입문자도 손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플랫폼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두 기업에 대한 소개부터 들어볼게요.
이충국(이): 씨엠에스에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융복합 교육을 하는 기업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학생들의 생각 프레임을 바꿔 나가죠. 단순히 누군가가 가르쳐주는 내용을 배우고 머릿속에 그 내용을 담는 게 아닌 직접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방식으로요.
김인숙(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사업도 진화되고 있어 ‘유니티는 이런 회사’라고 한 단어로 얘기하기가 어렵네요(웃음). 3년 전에 만났다면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라고 표현했겠지만, 현재는 산업 전반에서 실시간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제공하는 기업이라 소개할 수 있어요.
-본격적으로 코딩 이야기를 해볼게요. 2015년 개정교육과정으로 초등학생은 17시간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여전히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서 실력을 쌓는 어린이들이 많아요.
이: 코딩이나 IT 분야로 묶어 과목이 이뤄지기보다는 실과 안에 포함돼 있는 형태고, 공교육에서는 (내신 관리에 중요한) 특정 교과목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틀 안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터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은 보통 스크래치나 엔트리처럼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블록 기반 코딩으로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후에 텍스트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면서요.
김: 블록 코딩에서 C언어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넘어가기 전, 코딩의 맛을 느끼고 결과물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거예요. 중간 단계 없이 대학에 진학해 C언어를 배우는 식이에요.
이: 맞아요. 걷다가 갑자기 절벽을 만나는 것과 똑같아요. 영재그룹을 제외한 일반 어린이들이 블록 코딩에서 바로 스크립트 언어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거든요. 이 둘을 이어주는 ‘사다리’가 필요해요.
-요즘에는 대학생을 비롯해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요. 성인 코딩 교육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을까요?
김: 코딩 교육을 받고 나서 그 기술을 유지할 기회들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짧게 2~3개월 배운다고 바로 회사에 들어가기는 어렵거든요. 산업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경험을 많이 해봐야 기본 기술을 응용할 수 있고 취업문을 통과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교육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수요가 있는 기업에서 학생들이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실전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시킬 필요가 있고요.
-올해 씨엠에스에듀와 유니티 코리아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을 배울 수 있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 코드 얼라이브(codeAlive)를 선보였어요. 유니티 코리아에서 먼저 시스템을 만든 뒤 씨엠에스에듀에서 교육적인 요소를 더했다고 알고 있어요.
김: 우리 회사의 모토가 ‘좀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있어야 세상이 나아진다’는 건데요. 학생들이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나니 고민이 됐어요. 단순히 프로그램만 제공하면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교육으로 끝날 수 있으니까요. 좀 더 체계적인 커리큘럼 안에서 학생들이 사고력을 기르고 지속적으로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어 씨엠에스에듀와 손을 잡게 됐어요.
-코드 얼라이브에는 앞서 언급한 코딩 교육의 아쉬운 점을 극복할 요소도 추가돼 있다고요.
이: 그렇습니다. 코드 얼라이브는 블록 코딩에서 스크립트 언어로 넘어가기 전 중간 다리 역할을 해요. 학생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익힌 내용을 실습하게 되죠.
또 학생들이 코딩 공부를 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코드 에러가 나면 잘못된 부분을 처음부터 찾아야 한다는 건데요. 코드 얼라이브에서는 학습자가 코드를 짤 때 인공지능(AI)이 의도를 알아차리고 잘못된 부분도 실시간으로 알려줘요. 바로 바로 반응이 나오니까 아이들도 재밌게 공부를 할 수 있어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눈에 띄어요. 메타버스를 접목해 얻은 효과는 무엇인가요.
이: 메타버스에서는 ‘나’라는 사람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아요. 아바타를 설정해 활동하게 되니까 학생들이 실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돼요.
김: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미래에는 이 세상의 많은 부분이 메타버스적인 요소들로 바뀌게 될 텐데, 그 세계를 모르면 앞으로 살아나갈 때 힘들어질 수 있어요. 어릴 적부터 메타버스 경험을 하도록 해주는 게 중요해요.
-프로그램을 보면 학생들의 흥미와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지식을 전달하거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게임의 요소를 접목한 것)을 적용했는데요. 자녀가 학습 내용을 습득하기보다 재미를 느끼는 데만 몰두할까 봐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요?
김: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닌 학생들이 프로그램 안에 더 머물러 있게 하거나 재밌게 내용을 배우기 위해 마련한 요소라고 보면 돼요. 결과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습득한 능력으로 학생들은 집도 짓고 애니메이션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이: 일부 학부모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도 싫어할 수 있겠죠. 그런데 게임을 제작할 줄 안다는 건 엄밀하게 따지면 자녀의 미래가 굉장히 밝은 거예요. 게임 로직을 알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했으니까요. 앞으로는 이런 친구들이 오히려 잘 살아나갈 수 있어요.
-앞으로 두 기업이 내놓을 서비스도 궁금합니다.
이: 또 다른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에 놓인 좌대에서 물건을 고르듯이 똘똘한 교육 브랜드들을 3차원 공간 안에 가져다 놓고 그 안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요. 코딩과 바이오테크놀로지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내용도 포함할 계획이에요. 내년 말이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보여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코드 얼라이브의 중국 진출도 준비 중이에요. 중국에 진출한 뒤에는 베트남을 비롯해 다른 동남아 국가로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hajs@chosun.com
“코딩 교육 과정의 빈 공간에 ‘사다리’를 놓습니다”
-김인숙 유니티 코리아·이충국 씨엠에스에듀 대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