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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계원예대 파라다이스홀 5층에 있는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를 찾았다. 센터에 들어서자 색색의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만난 재활용 가구 디자이너 김하늘(23·계원예대 리빙디자인과 졸업) 작가는 '버려지는 마스크를 재활용해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벽면 곳곳에는 폐마스크로 의자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김 작가가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인 '스택 앤 스택(Stack and Stack)'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외 매체 수십곳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부모님도, 교수님도 처음엔 다 이해를 못 했죠. '왜 아무도 하지 않는 걸 해서 고생하느냐' '재활용은 네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도 '뭔가 될 것 같다'는 고집 하나로 계속 밀고 나갔던 것 같아요."폐마스크를 재활용해 가구를 만들겠단 고집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김 작가는 "작년 초부터 뉴스만 틀면 코로나19 이슈가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폐마스크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며 "플라스틱은 재활용하는데,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마스크는 왜 재활용을 하지 않는지 호기심이 들었다"고 말했다.그렇게 김 작가는 작년 3월부터 폐마스크를 재활용해 의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폐마스크로 가구를 만든 전례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탓에 제작방식 연구에만 약 2개월이 걸렸다. 그는 "무작정 마스크를 라이터로 지져보고, 끓는 물에 넣어 삶아 보기도 했다"며 "그러다가 '플라스틱 재활용 매뉴얼을 참고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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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플라스틱은 수거 후 분쇄와 열분해과정 등을 거쳐 재활용된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 작가는 열풍기(heat gun)로 500~600도 이상의 고열을 가해 폐마스크를 녹이고 천천히 굳히며 샘플링 작업을 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녹여야 하는지, 얼마나 식혀야 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연구하며 여러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저만의 방식이 생겼다"며 "학교의 실무 위주 교육이 열린 생각을 실현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실제로 성인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의 의자 제작에 필요한 폐마스크는 1500장, 등받이가 있는 의자 제작에 쓰이는 폐마스크는 4000장에 달한다. 지금은 공장에서 버려진 마스크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 수급이 원활한 편이지만, 처음 의자를 제작할 당시에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김 작가는 "학교에 있는 쓰레기통 옆에 '마스크 수거함'을 배치해서 주기적으로 거둬들였다"며 "매일 수급량이 달라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그러나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작품을 선보일 졸업전시회가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된 것이다. 하지만 김 작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는 "졸업전시가 무산되면서 환경과 관련된 정부기관이나 시민단체, SNS 계정 등에 작품을 알렸다"며 "십중팔구는 연락이 없었지만, 한 매체에 작품이 소개되면서 국내외로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지난해 말부터는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도 수차례 진행했다. 그는 특히 지난 3월 국내 한 통신사와 함께 진행한 전시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의 내구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폐마스크로 만든 의자가 과연 튼튼할까'라는 모두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게 제겐 숙제와도 같았어요. 의자가 튼튼하다는 걸 증명할 기회라고 생각해 당시 20점 정도를 배치해 관람객이 의자에 직접 앉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3월 한 달 간 3만명이 다녀갔는데, 하나도 파손된 게 없었어요. 의자가 튼튼하다는 사실을 전시로 풀어서 보여준 것 같아 무척 인상깊었습니다.김 작가는 첫 작품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다루는 디자이너라는 캐릭터가 생기면서 제 분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졌다”며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풀어낼 수 있을지 더 연구하고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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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김 작가는 세 가지의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서, 제품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로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으로서 각각의 목표를 밝혔다.김 작가는 “재활용 소재로 만든 의자에 이어 조명, 테이블 등을 시리즈로 보여 드리는 게 작가로서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반기에는 의자를 판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생산하는 등 기존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던 제품들을 재활용 소재로 제작할 것”이라며 “나아가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최근에는 전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익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김 작가는 “지난해 발생한 호주 산불 피해 회복을 위해 세계자연기금에서 진행하는 나무 20억 그루 심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산림청과의 협업으로 마스크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해 만든 화분에 나무 500만 그루를 심어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그는 세 가지 목표 모두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디자이너라고 디자인 잡지만 보란 법은 없습니다. 환경부에서 할 일을 디자이너도 작품으로 이야기할 수 있죠. 이제 더는 그런 걸 구분하거나 벽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lul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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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 '재활용'을 고민합니다"
-[인터뷰] 폐마스크로 의자 만든 김하늘 재활용 가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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