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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를 앓으면 발병 부위에 진물과 각질이 가득해 가렵고 쓰라린 것은 물론 외모로 드러나는 상처로 인해 대인 기피증과 우울증까지 불러와 심하면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된다. 특히 자녀가 그럴 경우, 질환을 앓는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은 시퍼렇게 멍이 든다. 실제로 2014년 1월, 부산에서 아토피를 앓는 8살 딸의 고통을 지켜보다 못해 동반 자살한 모녀도 있었다.
당시 필자는 이 뉴스를 접하면서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는데 그 이유는 ‘아토피’를 ‘알 수 없는 병’으로 치부하는 현대의학의 견해 때문이다. 아토피라는 병명의 어원이 ‘알 수 없다’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아토포스(atopos)’에서 왔다는 사실은 독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알 수 없다’라는 잘못된 병명 하나로 인해 지금도 얼마나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치유를 포기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분명히 말하거니와 아토피는 깨끗이 나을 수 있는 병이다. 어떻게 나을 수 있는가? 그 출발은 바로 아토피의 원인을 정확히 아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며 이것은 또한 폐와 피부 기능의 관계를 정확히 아는 데에서부터 비롯된다.
인체의 가장 큰 기관이자, 중량 면에서 뇌보다 2배나 무거운 피부는 우리 신체 전반을 보호하는 제1선의 방어막이다. 인체 내부로 세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고, 체온을 조절하며, 촉각 ‧ 압각 ‧ 통각 ‧ 냉각 ‧ 온각을 느낄 수 있는 감각점이 피부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거기에 숨까지 쉰다. 피부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뜻밖에도 털구멍과 땀구멍이 천문학적으로 많다. 피부를 활짝 펼치면 약 18제곱미터에 이르는데, 피부 1평방인치에는 65개의 모근, 100개의 기름샘, 650개의 땀샘, 1500가지 신경 수용체와 수많은 신경이 분포한다. 이들이 그냥 노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외부세계와 소통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땀구멍으로는 물 쓰레기를 버리고, 털구멍으로는 기름 쓰레기를 버린다. 쓰레기는 두 종류인데, 물에 녹는(수용성) 쓰레기와 기름에 녹는(지용성) 쓰레기가 있다. 이들을 따로따로 분리수거, 따로따로 분리 배출한다. 피부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렇게 몸속 쓰레기를 밖으로 버리는 쓰레기 배출구이다.
이처럼 경이적인 역할을 하는 쓰레기 배출구가 막혀버리면 어떻게 될까? 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먼저 털구멍이 닫히게 되고, 여기에 운동까지 게을리하면 땀구멍도 닫혀 결국은 막혀버린다. 이런 상태로 세월이 장기간 흐르면 피부 밑에 많은 노폐물과 독소 물질이 가득 쌓이게 되고, 그 결과는 각종 피부병으로 나타난다. 기름 쓰레기든 물 쓰레기든 몸 밖으로 빨리 빠져나가야 피부가 깨끗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 몸 자체가 건강한데, 쓰레기 배출구가 막혀버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피부 밑에 쌓이게 되면 체열이 발산되지 못해 열감을 호소하게 된다. 이렇게 피부에 지방이 쌓이면 여드름이, 색소들이 침착되면 기미나 검버섯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열독이 쌓이게 되면 바로 아토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인체의 호흡 총량을 100%라 할 때 그중 95%를 폐가 숨 쉬고, 나머지 5%는 피부가 숨 쉬고 있다. 폐가 본부라면 피부는 지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본부가 좋아지면 지부도 좋아지는 법, 큰 호흡기인 폐가 좋아지면 작은 호흡기인 피부 기능 또한 좋아진다. 이렇게 폐 기능을 강화하면 피부 밑에 쌓여 있는 많은 쓰레기가 시원스럽게 청소되어 건강한 피부를 되찾게 된다. 호흡이란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버리고 산소를 공급하는 작용뿐만 아니라 몸속의 나쁜 것을 내보내고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신진대사 작용이다. 따라서 이 호흡을 주관하는 폐 기능이 완전해야만 호흡기의 부속기관인 피부도 완전한 호흡을 이루어 노폐물을 원활하게 배출할 수 있다. 또 폐 기능이 건강해질 때 우리 몸의 면역력 사령부인 편도선이 건강해지며 여기에서 눈 밝은 백혈구가 분출되어 면역력이 최상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서효석의 건강칼럼]아토피는 완치 가능한 병이다